“다섯개 혁신중 넷은 실패하지만 성공한 하나가 기업 살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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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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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석좌교수, 동아비즈니스포럼 기조강연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여러분이 (혁신 없이) 지금처럼 똑같이 비즈니스를 한다면, 5년 내에 망할 것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경영학계 거목의 메시지는 다소 과격할 정도로 명확했다. 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 기조 강연자로 나선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끊임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혁신은 실패한다. 그런데 혁신을 하지 않으면 무조건 실패한다. 그러므로 기업들은 혁신을 할 수밖에 없다. 설사 5개의 혁신 중 4개가 실패하더라도 1개가 성공적인 혁신이라면 나머지 실패를 커버할 수 있으므로 혁신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및 금융기관 임원과 마케팅 실무자 등 800여 명의 청중은 코틀러 교수의 강연이 이어지는 동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자리가 모자라 일부 참석자들이 강연장 뒤편에 선 채로 경청할 만큼 포럼은 성황을 이뤘다.

코틀러 교수는 ‘마케팅 3.0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한 8가지 성공 전략’이라는 기조 강연에서 더 나은 고객 가치를 창출해 성장을 가져오는 8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코틀러 교수는 현재 비즈니스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은 이미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에 기존 방법을 고수하기를 원하지만 이로 인해 ‘기득권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속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려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코틀러 교수는 “고객을 개발 과정에 참여시키면 고객들은 내가 회사의 일부라고 느끼며 해당 브랜드에 더 충성하게 된다”며 “고객의 참여를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을 ‘코크리에이션(Co-Creation)’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할리데이비슨은 차세대 디자인을 개발할 때 충성도 높은 고객들을 초대해 설계에 참여시키고, 레고 또한 주요 소비자인 아이들을 초청해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예를 들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도 실무에 도움이 될 만한 코틀러 교수의 조언이 이어졌다. 패널토론에는 코틀러 교수와 이유재 서울대 교수,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대표, 유창조 한국마케팅협회장, 문종훈 SK마케팅&컴퍼니 대표 등이 참석했다.

충성 고객(Customer Owner)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에 관해 코틀러 교수는 “제품의 제조와 유통 등 기업 활동 전 영역에 고객을 참여하게 하라”고 설명했다. 제품이 고객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어떤 과정을 통해 구매가 진행되는지 그 여정을 꼼꼼하게 관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활발히 하는 ‘착한 기업’에 대해서도 코틀러 교수는 명쾌한 방향 제시를 했다. 그는 “돈을 잘 버는 기업이 잘 베푸는 것인지, 잘 베푸는 기업이 잘 버는 것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슈지만 통계상 많이 베푸는 기업일수록 실제로 더 많은 수익을 얻는다”면서 “기업들은 보다 현명하게 돈을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의 특별 연사로 나선 허마완 카타자야 세계마케팅협회 회장은 “수직적, 배타적, 개인적 권력에서 수평적, 포용적, 사회적 권력으로 이동하는 마케팅 3.0시대에는 브랜드의 성격(character)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고객의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한나·신수정·조진서 기자 han@donga.com   
■ 한국기업의 ‘마케팅 3.0’

19일 열린 2012 동아비즈니스포럼에서는 주제인 ‘마케팅 3.0’의 철학과 맞물리는 마케팅 캠페인을 펼쳐가는 기업들의 사례 발표도 있었다.

조원홍 현대차 마케팅총괄 전무는 올해 초부터 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브랜드 캠페인 ‘리브 브릴리언트(Live Brilliant)’에 대해 소개했다. 조 전무는 “리브 브릴리언트는 ‘소비자의 마음을 울리는 마케팅’이라는 마케팅 3.0의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공감’과 ‘공유’가 캠페인을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차는 마케팅 3.0의 원칙 중 하나인 공동체화(communitization)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객들에게 공장 견학, 지역 관광지 체험 등의 이벤트를 제공하는 것, 또 고객들이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영상으로 담아 디지털 공간(brilliant.hyundai.com)에서 공유하도록 한 것 등이 그 예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진정성 있는 공동체 밀착형 커뮤니티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는 것이 조 전무의 설명이다.

KB국민카드는 소비자가 이 회사 광고를 직접 기획하는 ‘꿈꾸는 광고 제작소’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예비 광고인을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형식의 프로젝트다. 우승팀이 제작한 KB국민카드 기업 PR 광고는 실제로 7월부터 10월까지 케이블 TV와 극장을 통해 방영됐다. 지동현 KB국민카드 부사장은 “기업이 제작하는 광고를 소비자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광고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시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필립 코틀러#동아비즈니스포럼#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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