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메어트 고려대 교수 “한국식 ‘호랑이 경영’이 이젠 세계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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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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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해외서 ‘타이거 매니지먼트’ 출간하는 햄메어트 고려대 교수

올해 7월 해외에서 한국식 경영방식을 분석한 ‘타이거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출판하는 마틴 햄메어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이제는 세계 기업들이 한국기업의 공격적인 경영전략과 빠른 실행력, 유연성을 배워야 할 때”라
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올해 7월 해외에서 한국식 경영방식을 분석한 ‘타이거 매니지먼트’라는 책을 출판하는 마틴 햄메어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가 “이제는 세계 기업들이 한국기업의 공격적인 경영전략과 빠른 실행력, 유연성을 배워야 할 때”라 고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국의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는 외국인 교수가 ‘세계 기업들이 한국기업을 롤모델로 삼아야 한다’는 요지의 경영서적 ‘타이거 매니지먼트(호랑이 경영)’를 올해 7월 해외에서 출간한다. 최근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국내 대기업에 대한 색다른 시각이어서 주목된다.

320여 쪽 분량의 이 책은 세계적인 출판그룹인 테일러 앤드 프랜시스그룹 산하 인문사회과학 출판사인 러틀리지가 맡아 현재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에서 출간을 진행하고 있다.

주인공은 마틴 햄메어트 고려대 경영대 교수(47). 독일 쾰른대에서 국제경영 박사학위를 받고 2004년부터 국내 강단에 선 그는 고려대 경영대 최초의 외국인 전임교수다.

햄메어트 교수는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을 투명성 전문성이 부족하고 무모한 사업 다각화를 한 나쁜 지배구조의 상징으로 여겼지만 한국 기업은 강력한 국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세계가 한국식 경영을 배워야 할 때”라고 저술 동기를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타이거 매니지먼트’인가.

“한국 기업은 성공 지향적이고 속도와 유연성이 있다. 공격적이고 역동적이며 또 위험을 감수하며 사냥 본능을 갖고 있는 호랑이와 같다. 기업 환경이 요즘처럼 빠르게 변할 때는 머뭇거리면 실패한다. 한국식 경영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식 경영은 리더를 따르고 공동체를 강조하는 유교 문화, 일본의 체계적인 생산방식, 미국의 개방성과 글로벌 마인드, 군사정부 시절에 도입된 군대식 관리기법과 ‘빨리빨리 정신’이 녹아 있다.”

―한국식 ‘호랑이 경영’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는 공격적인 전략이다. 중요한 기술이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투자한다.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일본 다음으로 높다. 둘째는 뛰어난 실행력과 유연성이다. 일단 기회를 잡으면 매우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낸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몸집을 불려 해외로 과감하게 나아간다. 벤처기업도 비슷하다. SM엔터테인먼트를 보자. ‘한류’를 타고 해외로 신속하게 진출했다. 현재 벤처기업 중 10∼20년 뒤에는 지금의 재벌 같은 대기업이 나올 것이다.”

햄메어트 교수는 한국식 호랑이 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와 같은 ‘재벌 타이거’와 휴맥스, 안랩, 엔씨소프트, SM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벤처 타이거’를 꼽았다.

―한국식 리더십도 특징으로 꼽았다.

“한국에서는 위기를 조장(crisis creation)하는 리더십이 독특하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엔진 자체 개발 목표를 정하고 ‘2년 내에 엔진을 개발하지 못하면 우리는 망한다’며 위기의식을 불어넣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늘 위기의식을 강조한다. 리더의 카리스마도 특징이다. ‘회장님’이 결정하고 모든 직원이 실행한다. 속도와 실행력 면에서 매우 큰 강점이 있다.”
―한국의 인적 자원도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했다.

“야심이 가장 큰 민족이 한국인이다. 이런 ‘호랑이 직원’이 호랑이 경영을 만든다. 한국 기업의 채용 과정은 매우 치열하며 선진적이다. 일본의 연공서열 제도에 외환위기 이후 인센티브 시스템이 도입됐다. 한국 기업의 직원들은 야심만만하고 열심히 일하며 위험을 감수한다.”

―한국 내에서는 재벌과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가족경영과 지배구조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재벌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가족경영을 비판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 독일에도 머크, 보쉬, BMW 등 가족경영 대기업이 많다.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와 가족경영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주주를 의식한 단기적인 실적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를 결정할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이 미래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낙관적으로 본다. 가장 큰 과제는 사회 변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젊은 세대는 오랜 시간 일하는 것보다 휴일과 가족과의 시간을 원한다. 일을 덜하면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양’에서 ‘질’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똑똑한 한국 여성들의 참여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의 대기업 개혁, ‘동반성장’과 같은 협력업체 관계에 대한 적응 및 수직적인 커뮤니케이션 등의 변화도 필요하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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