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내곡동 사저 백지화를”… 김인종 경호처장-김백준 기획관 문책론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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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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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오늘 대통령에 재검토 건의할 것”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내곡동 사저 터 논란과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내곡동 사저 계획 백지화 방안을 청와대에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에선 내곡동 사저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김인종 경호처장과 김백준 총무기획관 등에 대한 문책론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사저 계획 축소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선 내곡동 사저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16일 귀국함에 따라 이르면 17일 오전 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15일 충북 충주시장 재선거 지원 유세 자리에서 “청와대 사저 논란에 대해 당에서는 재검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데 이어 16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미국에서) 오면 ‘재검토하자’고 얘기하겠다. 내곡동 사저 부분은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17일 이 대통령이 방미 결과를 설명하는 ‘여야 대표 및 5부 요인 초청 오찬’에 참석한다.

한나라당은 이 사안이 10·26 재·보궐선거의 최대 악재라고 판단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가 역전의 승기를 잡고 올라가는 데 이 건이 가장 강하게 발목을 잡고 있다”며 조기 진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당의 재검토 방안은 청와대 기류보다 앞서가는 것”이라며 “지금은 어느 방향으로 간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논현동 자택으로 선회?

청와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크게 세 가지다.

제1안은 청와대가 이미 밝힌 대로 내곡동 경호시설의 규모를 줄여서 남는 공간을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대통령 사저 옆의 자투리 공간을 사려는 사람이 나타날지 의문이고 국민이 납득할 만한 활용 용도를 찾기도 쉽지 않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내곡동 사저 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예상된다.

제2안은 내곡동 사저 계획을 포기하고 강남구 논현동 자택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실제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들이 퇴임 후 자신의 원래 집으로 돌아간 만큼 이 대통령도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게 상식과 형평에 맞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논현동 자택의 경우 주변 건물에서 훤히 내려다보여 경호상 부적절하다는 경호처의 판단과 주변 땅값이 비싸 책정된 예산만으로는 경호 시설을 갖추기 힘들다는 점 등이 해결돼야 할 과제다.

제3안은 내곡동 사저를 포기하되 논현동 자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좀 더 저렴한 제3의 지역으로 가는 방안이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10분 정도만 더 나가면 싸고 좋은 땅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텐데 뭐 하러 땅값 비싼 내곡동에 사저를 마련하려고 하는지…”라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하지만 사저 터를 다시 구하더라도 이런저런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 청와대 인책론

정두언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은 16일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중요한 조직운영 체계가 바로 신상필벌이며 이게 작동하지 않으면 조직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기체 결함으로 대통령 전용기가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져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던 경호처에서 결국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며 김인종 경호처장을 겨냥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경호처가 직접 이 사안을 다룬 것은 법적 문제는 없다 하더라도 잘못된 처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집사’ 역할을 맡고 있는 김 총무기획관 책임론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실장이나 정무수석비서관 선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경호를 생명으로 여기는 업무 성격상 경호처의 실수는 이해할 만하지만 오히려 사건 발생 이후 대처에 있어서 정무수석실이나 대통령실이 안일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언론 보도 직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청와대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해 사건을 키운 점, 민주당이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등 오히려 여당보다 야당에 관련 정보가 더 많이 흘러간 점 등을 들어 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에 대한 강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 국유화도 매각도 마땅치 않아… 백지화해도 ‘골칫거리 땅’ ▼

청와대가 ‘내곡동 사저’ 계획을 백지화하더라도 이미 매입해 놓은 사저와 경호 용지의 처리 문제가 골칫거리다.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 씨 명의의 땅을 매입해 해당 터를 모두 국유화하는 방안이 있다. 그러나 시형 씨 땅을 매입하기 위해선 다른 항목에서 예산을 전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해당 터에 정부 시설을 짓거나 아니면 사실상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수십억 원대의 땅을 정부가 무작정 보유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제3자에게 공개 매각하는 방안도 있다. 공매에서 확보한 돈으로 새로운 사저 터 옆에 지을 경호시설 비용 등의 예산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경호시설 구입비용 예산은 국회에서 책정하도록 돼 있다. 현 내곡동 터를 새로 구입할 사저 터의 경호 용지와 대토(代土) 방식으로 처리하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힘들고 그런 방식의 계약에 동의할 사람이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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