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91>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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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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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선 ‘천상의 과일’에 비유… 재배역사 가장 길어

요즘은 무화과가 한참 익을 때다. 자주 먹는 과일이 아니어서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서양과 아랍에서는 일찍부터 먹었던 중요한 과일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과일이 무화과다. 구약성경에서 천지창조 후 만든 에덴동산의 나무 중 유일하게 이름이 밝혀진 것이 무화과다. ‘선악과’도 있다지만 추상적인 개념일 뿐 실물은 어떤 과일인지 모른다. 반면 선악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가 벗은 몸을 가린 것이 무화과 나뭇잎이다.

무화과는 지구에서 재배 역사가 긴 과일로 꼽힌다. 과학자들은 곡식인 밀, 콩보다도 무화과 재배가 먼저 이뤄졌다고 말한다.

종교적으로 따지고 보면 무화과는 흥미로운 과일이다. 성경과 꾸란(코란), 그리고 불경에도 무화과가 나온다. 원산지가 중동이고 또 역사가 오래됐기 때문인지 성경과 꾸란에서는 모두 무화과를 천국의 과일로 신성시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무화과 외에 마가복음(11장 12-14절)에도 ‘무화과의 저주’라는 구절이 있다. 무화과 열매는 하나님에 대한 진정한 믿음을 상징하기 때문에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는 믿음을 꽃피우지 못한 타락한 교회라고 비유했다.

이슬람교 경전인 꾸란(95장 1-4절)에도 무화과는 천국의 열매로 나온다. “무화과와 올리브와 시나이 산과 성스러운 도시 메카를 놓고 맹세하노니 인간은 가장 위대한 형태로 창조되었으나 비천한 것 중의 비천한 것으로 떨어졌노라.” 무화과와 올리브는 천국에서 자라는 가장 좋은 과일이고 시나이 산은 무함마드(마호메트)가 신의 계시를 받은 장소이기 때문에 맹세의 대상이 됐을 정도다.

불교에서는 새로운 세상의 출현을 알리는 꽃 우담바라를 무화과라고 한다. 열반경(涅槃經)에서 부처가 세상에 나타나는 것은 우담바라, 즉 무화과나무에서 꽃이 피는 것만큼 어렵다고 비유한다. 이름은 무화과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과일과는 거리가 있다.

종교에서 모두 무화과를 천상의 과일에 비유한 것을 보면 옛날에는 무화과가 고급 과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대 이집트에서는 거위에게 무화과를 먹여 키웠다. 달콤한 무화과를 잔뜩 먹인 후 운동을 시키지 않으니 비만해진 거위에게 지방간이 생긴다. 이것이 철갑상어의 알인 캐비아, 송로버섯과 함께 유럽의 3대 진미로 꼽히는 프랑스의 거위 간 요리 푸아그라의 원조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식사를 끝낸 후에는 반드시 디저트로 무화과를 먹었다. 당도가 높은 달콤한 과일이기 때문에 식사 후에 소화를 도와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얼마나 중요한 작물이었는지 그리스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와 자연사를 쓴 로마의 플리니우스, 정치가이자 학자인 카토가 모두 무화과 재배법에 대한 글을 남겼다.

특히 카토는 로마가 한니발과 결전을 벌였던 제3차 포에니 전쟁 때 카르타고를 멸망시켜야 한다며 손에 무화과 열매를 들고 나와 “카르타고에 가면 무화과가 무진장으로 있다”고 선동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말기에 무화과가 들어왔으니 전래 시기가 늦은 편이다. 연암 박지원은 무화과를 처음 보고는 ‘열하일기(熱河日記)’에 꽃이 피지 않고도(無花) 열매(果)를 맺는 이상한 나무 한 그루를 보았다는 기록을 남겼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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