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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석동빈 기자의 ‘Driven’/폴크스바겐 ‘페이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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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석동빈 기자의 ‘Driven’/폴크스바겐 ‘페이톤’

동아일보입력 2010-11-17 03:00수정 2010-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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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W’ 떼내고 퍼포먼스만 보라! 벤츠, BMW, 아우디, 그리고 페이톤… 이젠 ‘럭셔리 빅4’

‘독일 드레스덴에 위치한 페이톤 전용 투명유리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명차 중의 명차, 차량 생산 공장과 예술적 공방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서 장인들의 세심하고 정교한 수작업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대량생산되는 자동차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함을 제공하는….’

자동차를 좀 아는 사람이라면 귀가 따갑게 들어온 소리이고, 사실 이제 그 홍보 멘트가 좀 지겹다는 느낌마저 든다. 폴크스바겐이 2002년 처음으로 대형 럭셔리 세단 ‘페이톤’을 제네바 모터쇼에 내놓으면서부터 홍보자료에 포함시킨 내용인데 그로부터 8년이 지난 현재, 페이스리프트된 신형 페이톤의 홍보자료 제일 상단에도 버젓이 그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니까 말이다.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아직도 대중차 브랜드에서 만들어낸 럭셔리세단인 페이톤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하지만 페이톤이 자동차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위치와는 상관없이 ‘VW’ 브랜드를 떼어내고 자동차 자체만 놓고 보면 럭셔리 ‘빅3’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의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상품성이 더욱 높아진 페이톤 속으로 들어가봤다. 시승한 모델은 V6 3.0 TDI 디젤이다.


○ 디자인은 차가운 독일 감성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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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페이톤의 외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다소 얌전한 모습이었다. 점점 화려해지고 있는 대형 럭셔리 세단들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초래해보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새콤하게 양념을 쳤다. 기본적인 보디라인은 그대로지만 앞모습은 날카로우면서도 하이테크 느낌을 주는 헤드램프와 그릴을 달았다. 패밀리룩을 갖추려는 듯 ‘시로코’나 ‘골프’가 연상되기도 한다.

평범하던 브레이크 램프도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형식으로 바뀌어 전체적으로 ‘최신 차종’이라는 느낌을 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아우디 ‘A8’의 디자인이 가장 독일차의 냄새가 많이 났지만, 최근 신형으로 바뀌면서 볼륨과 곡선이 많아져서 이제는 독일 대형 세단 중에선 페이톤이 거의 유일하게 ‘독일 병정’ 스타일을 유지하게 됐다.

실내도 기본적인 분위기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센터페시아 주변의 스위치와 스티어링휠, 계기반, 도어 부분 등의 디자인이 조금씩 세련되게 변경됐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국내 전문업체의 것으로 새롭게 들어간 것이 눈에 띄는데, 폴크스바겐 자체 시스템과 조화가 잘 이뤄졌다. 다만 도어 쪽의 윈도우 버튼이 너무 멀리 떨어져서 운전 중에 창문을 움직이려면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켜 한참 팔을 앞으로 뻗어야 하는 것은 불편했다. 체구가 작은 여성은 몸을 한참 앞으로 이동해야 할 것 같다.

○‘완소’ 디젤엔진

페이톤 3.0TDI의 공차중량은 2.3t에 이른다. 소형차 2배 수준이다. 하지만 공인 연료소비효율(연비)은 가솔린 중형차에 버금가는 L당 9.9km에 이른다. 페이톤을 몰고 고속도로에 나가봤다. 정속주행장치를 시속 100km에 맞추고 약 100km를 운전했다. 계기반에 찍힌 평균주행 연비는 무려 L당 17.4km. 90L 주유탱크기 때문에 고속도로만 달릴 경우 이론상 한 번 주유를 하면 1500km를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는 시내주행 연비 차례. 출근시간이 조금 지난 평일 오전 10시에 서울 은평구와 중구 종로구 일대를 교통흐름에 맞춰 부드럽게 주행한 결과 L당 8.4km가 나왔다. 출퇴근 시간이라면 이보다 연비가 낮아지겠지만 일반적인 교통상황이라면 L당 8km대를 페이톤 디젤의 연비로 보면 될 듯하다. 보통 이 덩치의 5L급 가솔린 엔진 모델들은 시내 주행 연비가 L당 4∼5km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힘은 어떨까. 일단 제원상 최고 출력은 240마력이지만 최대 토크는 5L급 가솔린 엔진과 비슷한 51kg·m에 달한다. 덕분에 순간적인 가속력은 240마력 이상의 느낌이다. 3.0L의 배기량이지만 전체적으로 막힘이 없다. 실제로 측정해본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7.8초로 제원상의 8.3초보다 빨랐다. 최고속도는 239km까지 나왔다. 폴크스바겐이 차량의 능력을 부풀리지 않고 겸손하게 제원을 발표한 셈이다.

○ 움직이는 응접실

페이톤의 승차감은 약간 독특하다. 분명히 부드러운데 그 속에는 뭐라 표현하기 힘든 견고함이 느껴진다. 쇳덩이가 물위에 떠있는 느낌이랄까.

4단계로 조절되는 서스펜션은 기본적으로 소프트하다. 가장 부드럽게 하면 제법 차체가 조금 출렁이지만 노면의 충격을 대부분 빨아들여버리고 운전대도 가볍게 휙휙 돌아간다. 가장 단단하게 맞추면 핸들링이 스포티하게 바뀌어서 운전대를 돌릴 때 차의 반응이 빨라지지만 의외로 승차감도 그렇게 나빠지지는 않는다. 다만 타이어가 노면에서 퉁퉁 튀는 소리가 좀 더 실내로 들어온다.

북악스카이웨이처럼 반경이 짧은 커브길을 빠르게 돌아나가면 2.3t의 몸무게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페이톤의 공차중량은 경쟁하는 독일 모델들보다 150∼200kg정도 무겁지만 좌우로 급격하게 휘어지는 커브길에서의 움직임은 비슷하다. 또 4륜구동이어서 급가속할 때 차체의 밸런스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차체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지그재그 슬라럼 주행에서는 분명히 서스펜션은 부드럽지만 차체가 이를 감당해내며 정확한 컨트롤이 되도록 도와준다는 기분이 강하게 든다.

무겁기는 하지만 시속 300km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차체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페이톤의 차체는 600마력에 시속 300km를 넘나드는 벤틀리 모델들과도 공유하고 있다. 고속주행에서 그 효과는 확실히 드러난다. 차체의 견고함과 훌륭한 밀폐성 덕분에 소음수준은 동급 중에서 상위권이다. 시속 200km에서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아쉬운 점은 부드러운 서스펜션 때문인지, 18인치 50시리즈 타어이가 들어가서인지 모르겠지만 시속 180km를 넘어서면 핸들링이 부정확해지고 차선을 변경한 뒤 흔들림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차체는 분명히 강한데 고속에서는 기대만큼 날카롭지는 않다. 승차감은 약간 떨어지겠지만 만약 20인치 40시리즈 타이어가 들어갔다면 고속주행 주행안정성이 더 높아질 것 같다.

○ 거품없는 럭셔리 세단

페이톤은 폴크스바겐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쏟아 부은 모델인 만큼 브랜드 자제를 제외하곤 어디 빠지는 곳이 없다. 가격은 다른 럭셔리브랜드의 동급 모델보다 20∼25%정도 낮다. 수제작 비율이 높고 소량생산하기 때문에 오히려 생산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가격은 20%정도 낮다는 것은 페이톤의 마진율이 형편없던지 아니면 럭셔리브랜드의 마진이 가치 이상으로 높다고 볼 수도 있다. 럭셔리 모델을 타면서도 밖으로 보여지는 모습에 신경을 쓰기 보다는 내실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페이톤이 선택받는 이유다.

한 가지 폴크스바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차세대 페이톤은 지금의 차체 강성을 유지하면서 100kg 이상 다이어트를 해서 공차중량을 2.2t 이하로 낮춰줬으면 하는 것이다. 고속주행에서 둔한 모습도 줄이고 연비도 더욱 높일 수 있게.

석동빈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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