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섹션 피플]서울국제마라톤 완주 가나이 다케시 ‘네프로저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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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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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IT + 日 콘텐츠 묶어 ‘제2 손정의’ 꿈꿔요”

재일교포 3세 사업가
日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
“日서 한국上場에 큰 관심”

“마라톤과 경영은 닮아
달리기의 정직함 신뢰
‘한국전도사’ 맹활약 할것”


자신기록 21분 단축
네프로저팬 가나이 다케시 대표가 21일 자신의 기록을 21분 앞당겨 동아마라톤을 완주한 뒤 만족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13일 아들의 생일을 맞아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고난과 성취감이 공존하는 마라톤은 경영과도, 인생과도 같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자신기록 21분 단축
네프로저팬 가나이 다케시 대표가 21일 자신의 기록을 21분 앞당겨 동아마라톤을 완주한 뒤 만족해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13일 아들의 생일을 맞아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마라톤을 시작했다”며 “고난과 성취감이 공존하는 마라톤은 경영과도, 인생과도 같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바람은 매서웠고, 몸은 힘들었다. 태어나서 두 번째,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참가한 국제마라톤대회. 하지만 기록은 처음보다 21분이 줄어든 4시간15분이었다.

“마라톤은 경영과 비슷한 것 같아요. 준비를 많이 하면 기록은 배신을 하지 않아요. 뛸 때는 힘들고 피로감이 엄습하지만 완주했을 때는 대단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제2의 손정의’로 불리며, 일본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 증시에 상장한 네프로아이티의 가나이 다케시 회장(48)은 21일 2010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1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한 뒤 이렇게 말했다. 가나이 회장은 재일교포 3세로 일본에서 성공한 한국계 기업인 가운데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다음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는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네프로저팬의 대표이사로 일본에서 휴대전화 매장 40개를 운영 중이며 네프로아이티를 비롯해 자회사만 5개, 지분이 투자된 회사를 7개 거느리고 있다. 네프로저팬을 1995년 설립했으니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회사를 늘렸다. 그룹 전체의 지난해 매출은 130억 엔(약 1625억 원), 영업이익은 3억5000만 엔(약 44억 원). 지난해 4월 자회사를 코스닥에 상장하면서 한일 증시에 동시 상장한 최초의 회사로 일본에서도 화제가 됐다.

가나이 회장이 모바일 콘텐츠 사업을 하는 네프로아이티를 한국 증시에 상장한 이유는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는 “일본 증시는 활력을 잃고 있는 반면 한국 증시는 전자기술(IT)업종이 특히 활황세이며 아시아에서 세계 증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비즈니스를 개척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네프로아이티는 한국사무소를 앞으로 법인화할 계획이다. 한국의 뛰어난 IT 수준과 일본의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하겠다는 포부.

한일 증시의 활력 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은 네프로저팬과 네프로아이티의 시가총액 차이. 2006년 상장된 네프로저팬의 시가총액은 지난 주말 기준 120억 원가량으로 네프로아이티(약 240억 원)의 절반이다. 가나이 회장은 무엇보다 적극적인 투자자 마인드와 폭발적인 거래량을 차이점으로 꼽았다.

주가가 떨어질라치면 한국사무소뿐 아니라 일본으로까지 한국 투자자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지난해 상장한 직후 서울 강남에서 택시를 탔는데, 한국말이 어눌한 가나이 회장이 ‘회사를 상장하러 한국에 왔다’고 하자 운전사가 “혹시 네프로아이티가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전도사’이기도 하다. 일본 기업 가운데 한국 증시 상장에 관심이 많은 기업이 가나이 회장을 찾으면 한국 증시의 매력 포인트들을 설명해준다. 최근 코스닥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클릭증권도 그에게서 상장절차에 대한 도움을 많이 얻었다.

그는 “한국 증시에 관심을 보이는 일본 기업이 대단히 많다”며 “친구가 설립한 회사도 6, 7월쯤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려고 하는 등 내가 아는 한 일본 기업 3, 4곳이 한국 증시 상장을 고려 중이다”라고 전했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증권시장은 한 나라가 겪어온 자본주의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게 가나이 회장의 철학. 그런 점에서 한국 증시는 최근 몇 년의 실적, 즉 ‘이익’이 가장 중요한 지표다. 반면 일본 증시는 이익보다는 오히려 ‘회계투명성’ 같은 사후 관리를 훨씬 중요시하고 있다.

재일교포 3세쯤 되면 아무래도 한국말이 서툴기 마련이지만 가나이 회장은 인터뷰에 ‘거의’ 지장이 없을 정도로 한국말을 잘한다. 경남 창원이 고향인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국말을 많이 가르쳤고, 지금은 직원이 된 한국인 유학생에게 따로 교습을 받았다.

그는 “재일교포들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밝히게 된 것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용준 씨가 큰 인기를 끌면서부터”라며 “일본에는 특히 최근 삼성전자, LG전자가 소니를 뛰어넘고 김연아 선수가 아사다 마오를 누르자 ‘어느새 한국이 일본을 넘어섰다’는 놀라움과 찬탄의 시선이 있다”고 소개했다.

가나이 회장은 이런 일본의 시선에 부합하고 한국 주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회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고 주목받는 회사를 만들어 진짜 ‘제2의 손정의’가 돼야죠.” 아직은 아니라는 겸손과 다짐의 말이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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