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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진중권의 ‘듣보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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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진중권의 ‘듣보잡’

동아일보입력 2010-02-06 03:00수정 2010-0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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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보잡’이란 누리꾼 사이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잡놈’이란 뜻으로 쓰이는 비속어다. 진보신당의 인터넷 게시판과 자신의 블로그에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듣보잡’이라고 비난한 진중권 씨가 어제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진 씨가 ‘듣보잡’ 등 모욕적 표현을 한 것이 인정된다”고 유죄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진보신당은 “‘듣보잡’이 모욕적인 표현이라 형법상의 죄가 성립된다면 대한민국에서 표현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 표현의 자유를 어떤 이유로도 제한할 수 없는 절대적 자유로 아는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는 민주국가는 없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진 씨가 “나는 듣보잡이다”라고 하는 건 표현의 자유지만 “너는 듣보잡이다”라고 하면 모욕죄가 될 수 있다. 변 대표는 “없는 사실을 지어내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라면, 내가 진보신당 사람들이 뇌물 먹고 다닌다고 주장할 경우 진보신당은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진 씨는 ‘변 대표가 매체를 창간했다 망하기를 반복했다’고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실임을 소명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제44조 7항엔 “누구든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공공연하게 사실이나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해선 안 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당원 게시판이 아니라 개인홈페이지나 블로그라도 마찬가지다. 정보통신망은 사실상 만인에게 열려 있는 까닭이다.


▷얼굴이 안 보인다고 인터넷에선 어떤 글을 쓰든 괜찮은 줄 아는 누리꾼이 적지 않다. 한 대학교수는 허위사실에 근거한 논평으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해놓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반발한 일도 있다. 허위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언론의 자유가 아니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 범죄행위다. 이번 판결이 누리꾼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면 진 씨는 본의와는 다르게 인터넷의 ‘진보’에 기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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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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