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뒤집어놓은 박근혜 ‘세종시 플러스 알파’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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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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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 “朴, 너무 나가… 분당 각오했나”친박 “찬성” 입장 속 김무성 “부처 이전 반대” 이견당내 갈등 수면위로… 안상수 “원칙 말한것” 불끄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관련 서류를 읽고 있다. 김경제 기자 ☞ 사진 더 보기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일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관련 서류를 읽고 있다. 김경제 기자 ☞ 사진 더 보기
23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세종시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기자들에게 “세종시 건설은 원안에 플러스 알파를 해야지 백지화해서는 안 된다”며 여권 일각에서 추진하는 세종시 전면 수정방침을 정조준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친박(친박근혜) 진영의 기존 주장에서 한발 더 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이정현 의원은 그동안 “정부가 대안을 내놓고 충청도민이 이를 받아들여야 수정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해왔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여권 일각의 세종시 전면 수정 기류에 정면으로 반대한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통화에서 “세종시는 처음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출발한 것”이라며 “행정기능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복합도시로 추진한 것인데 정부 부처만 입주해 공동화될 것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의 발언이 당내 갈등으로 번지자 불끄기에 나섰다. 안상수 원내내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의 언급은 한나라당의 당론이자 원칙”이라며 “한나라당의 당론은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원안 고수이기 때문에 ‘어떤 수정안이 나오면’이라는 가정을 갖고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이(친이명박) 측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야당인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세종시 원안 수정에 강력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까지 반대할 경우 세종시법 수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현재 친박 의원은 50여 명이다. 한 친이계 당직자는 “박 전 대표가 너무 나갔다.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세종시 문제가 첨예한 이슈인데 어떻게 그런 발언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분당을 각오한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구상찬 김선동 의원 등은 통화에서 “원안대로 해야 한다”고 했고, 홍사덕 서상기 이혜훈 의원 등은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이성헌 서병수 의원 등은 “원안대로 가되 충청도민이 동의하면 수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의원은 “행정부처를 이전하면 문제가 크다. 잘못된 것은 막아야 한다”며 “잘못된 법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 내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상황이 너무 어려워졌다”며 “세종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주류 진영에서는 “법 개정보다는 변경고시를 통해 원안을 수정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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