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John Doe? 본명을 말하세요!”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美이민 도장현씨, 공항갈때나 투표할때마다 신분증명 불편
NYT 1면에 기막힌 사연 소개

“이름이 뭡니까?”

“저는 ‘신원미상’입니다.”

“장난치지 말고 진짜 이름을 말하세요.”

“농담 아닙니다. 제 이름은 존 도우(John Doe·북미 지역에서 ‘신원을 밝힐 수 없는’ 남성이나 시체를 통칭해 부르는 말)라니까요.”

어릴 때 한국에서 건너가 어설프게 미국식으로 이름을 바꿨다가 평생 고초를 겪는 한국계 1.5세 남성 ‘존 도우(도장현·40·사진)’ 씨의 웃지 못할 사연을 뉴욕타임스(NYT)가 30일 1면에 보도했다. 1.5세란 부모를 따라간 이민자를 뜻한다.

이민 간 지 30년이 넘은 도 씨가 존 도우로 이름을 바꾼 건 11세 때. 당초 이름인 ‘장 도(Jang Do)’가 어색했던 그는 장을 존으로 고쳤고, 성이 ‘두’로 발음되길 꺼려 ‘e’를 추가했다. 당시 미국 문화에 생경했던 도 씨의 가족은 그 개명이 가져올 파란을 그땐 짐작도 못했다.

현재 뉴욕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도 씨는 평생 공항에서 그냥 통과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이 어두운 과거를 감추지 않았다는 걸 매번 증명해야 했다.

“매번 공항 관리사무실로 끌려갔습니다. 그들은 미심쩍은 눈초리로 ‘실명을 대라’고 다그치죠. 신분증을 보여준 뒤 풀려나곤 했지만 뒤에선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부동산에서 집을 구하거나 선거 투표를 하러 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NYT에 따르면 미국에 존 도우란 이름을 가진 이는 도 씨가 처음은 아니다. 조지아 주 알파레트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살았다. 그는 2006년 인근의 한 병원에서 숨졌는데 병원 측은 신분을 감춘 엄청난 유명인사라 확신하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살리려 했지만 실패했다. 현재 뉴욕만 해도 도 씨를 포함해 투표권을 가진 7명의 존 도우가 살고 있다.

도 씨는 “최근 한국계 여성과 사귀는데 도라는 성을 한참 설명해야만 했다”며 “친구들은 여자 친구가 혹시 ‘제인 도우(Jane Doe·신원 미상의 여성)’ 아니냐고 놀린다”고 말했다.

도 씨의 가족 역시 ‘도우’ 씨지만 다행히 그럴듯한 개명으로 어려움을 피했다. 그의 부모는 제임스와 글로리아, 남동생은 앤서니란 미국 이름을 얻었다. 그럼 도 씨도 다시 한 번 개명할 생각이 없을까.

“전혀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을 뜻하는 알파벳 에이치(h)를 미들네임으로 넣는 건 고려 중입니다. ‘존 H 도우’가 ‘존 도우’보단 좀 개성 있어 보이지 않을까 해서요.”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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