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수영복 없이 겨뤄보자” 비더만과 펠프스 자존심싸움

  • 입력 2009년 7월 29일 18시 39분


승자도 패자도 첨단 수영복이 없는 대결을 원했다. 로마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새로운 수영 황제로 떠오른 파울 비더만(23·독일)과 그에게 권좌를 뺏긴 마이클 펠프스(24·미국)는 "첨단 수영복 없이 정정당당하게 겨뤄보자"고 입을 모았다.

29일 이탈리아 로마의 포로 이탈리코 콤플렉스에서 열린 자유형 남자 200m 결선. 비더만은 1분42초00으로 터치패드를 찍어 베이징 올림픽 8관왕 펠프스(1분43초22)를 1초22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올림픽에서 펠프스가 세운 세계기록(1분42초96)을 0.96초나 앞당긴 호기록이다.

경기 후 펠프스는 "국제수영연맹(FINA)이 최근 공언한 전신 수영복 착용 금지가 실시될 때까지 국제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그는 "FINA가 전신 수영복 금지를 위해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세계 정상의 지위에 걸맞은 선수를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펠프스는 스피도의 첨단 수영복 '레이저레이서'를 입었다. 결국 비더만이 입은 수영복에 대한 불만이었다.

비더만은 아레나의 'X-글라이드' 전신수영복을 입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X-글라이드를 입은 선수들은 세계 기록을 양산했다. FINA는 X-글라이드를 입은 알랭 베르나르(프랑스)가 4월 자유형 100m에서 46초94로 사상 처음 47초벽을 깨자 지나치게 부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기록을 인정하지 않다가 6월에야 인정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펠프스는 "수영이 그 자체로 돌아가는 내년에는 참 재미있을 것이다"라며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비더만은 "솔직히 첨단 수영복이 기록 경신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코치와 함께 지난 1년간 엄청난 땀을 흘렸다. 수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영복이 아니라 수영 그 자체다. 자신감도 중요하다. 나는 오늘 같은 날(우승)이 있기를 바라며 내 전부를 걸었다"며 펠프스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첨단 수영복 없이도 펠프스를 이길 날이 오길 바란다. 내년이 기다려진다"며 펠프스와의 진검 승부를 기대했다.

비더만은 지난해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18위로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1년간의 노력 끝에 27일 자유형 400m에서 3분40초07의 세계 기록으로 우승한데 이어 2관왕에 올랐다. 반면 펠프스는 2005년 세계선수권 접영 100m 이후 4년 만에 메이저대회 개인 종목에서 우승을 놓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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