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미사일 사거리 최소 700㎞는 돼야”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김국헌 예비역 소장은 2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미사일 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최소 사거리는 700km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김국헌 예비역 소장은 28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 등 안보환경 변화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미사일 지침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최소 사거리는 700km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2001년 한미 미사일협상 참여 김국헌 예비역 소장 주장

“현 300㎞이내 미사일로는 北 핵-미사일기지 타격 못해
탄두 줄여 사거리 늘리는건 위력 떨어져 실익 없어
미사일 주권과 연계는 말아야”

“2001년 한미 간 미사일지침 개정 이후에도 북한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과 정확도를 향상하는 데 주력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남북 간 미사일 전력의 불균형을 더 방치해선 안 됩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국방부 군비통제관으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에 참여했던 김국헌 예비역 소장(59·육사 28기)은 2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사일지침의 재개정 필요성을 역설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유사시 남한 어디에서라도 북한 전역에 산재한 핵시설과 미사일기지를 타격하려면 한국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최소 700km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2001년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때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으로 수석대표였던 송민순 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미사일지침 개정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미국 측 수석대표는 로버트 아인혼 국무부 비확산담당 차관보(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고문), 리처드 크리스텐슨 주한 미국대사관 부대사 등이었다. 당시 지침이 개정되면서 1979년 이후 180km에 묶여 있던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300km로 늘어났다.

김 소장은 이달 초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가 국회 국방위원회의 여야 의원보좌관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미사일지침 재개정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매우 흥미롭고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미사일지침을 수정하는 문제는 주로 미 국무부에서 주관하지만 미국 정부를 대표해 누군가 운을 뗀 것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본보 7월 7일자 A1면 참조
300㎞로 묶인 미사일 사거리 풀리나

송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 일각에서는 현재의 미사일지침에서도 탄두중량(500kg 이내)을 줄이면 사거리를 일부 늘릴 수 있고, 한국군이 사거리 제한이 없는 순항미사일을 개발 중인 만큼 재개정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김 소장은 “송 의원이 2001년 지침 개정 발표 때도 트레이드오프(trade-off·탄두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늘리는 것)를 강조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탄두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약간 늘리는 수준으로는 한국군의 전략적 요구, 즉 북한의 무력도발에서 살아남아 한반도 남단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엔 미흡하다는 것이다.

“현 미사일지침의 탄두중량 제한(500kg)은 ‘가장 단순한 형태의 핵탄두’를 상정한 것으로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기준을 원용한 것입니다. 따라서 500kg 이하의 재래식 탄두는 (위력이 떨어져) 군사전략적으로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는 미사일 사거리를 연장할 경우 주변국이 반발할 가능성에 대해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적 결단으로 주변국 관계가 고려 요소는 될지언정 전제가 돼서는 안 된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장거리미사일 개발 배치에 한국이 반대한 적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 소장은 “2001년 미사일지침 개정 이후 8년간 한반도 안보환경 변화 등을 감안해 미국도 한국의 재개정 요구를 외면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침 재개정 협상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8년 전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때도 미국은 ‘동맹국도 핵과 미사일의 비확산 정책에 예외일 수 없다’며 강력히 버텼고 지금도 그 기조는 변함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미국은 지침 개정에 합의하고도 한국군의 미사일 시험발사 횟수를 놓고 한국 측과 첨예하게 대립했다고 그는 전했다. “한국은 5차례 이상 시험발사를 한 뒤 미국과 성능 검증 협의를 갖길 원했지만 미국은 발사 횟수를 최소화하길 원했습니다. 미국이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연장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증거죠.”

따라서 지침을 재개정하려면 미국의 비확산 정책에 대한 철저한 협력을 약속하고, 대미 설득을 위한 전방위적 외교 노력과 노련한 협상전략 수립이 관건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또 정치권 등 일각에서 미사일지침 재개정 문제를 ‘미사일 주권론’과 연계하는 것은 한미 간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 등 미국 측에선 한국 정부가 요구하지 않는 한 미사일 지침 재개정 필요성이 없다고 밝혔지만 국방부에선 이른 시일 내에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위한 지침 재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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