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서 병나면 절반은 서울로… 왜?

  • 입력 2009년 7월 29일 02시 59분


소득 높은데 의료인프라 열악… ‘원정 지방환자’가 서울 병원수입 36% 차지

MRI 등 장비 부족한 충청-제주도 원정 많아
거점병원 든든한 부산 대구 광주는 ‘자체 해결’

주민 평균 소득 수준은 높은데 첨단의료시설이 부족하면? 당연한 말 같지만 환자들은 서울의 초대형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2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6∼2008년 지역 간 의료이용현황’ 자료를 분석해 보니 지방 환자의 서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지난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신규 환자 중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는 57%, 서울대병원은 50%였다. 서울 소재 의료기관들이 지방 환자의 진료비로 벌어들인 수입은 전체 수입의 36.2%인 2조5111억 원에 달했다. 모든 지방에서 서울로 몰린 결과도 아니다.

울산, 충북, 충남, 제주 등 4개 지역의 서울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울산 환자의 46.6%가 서울의 대형병원을 찾았다. 울산 사람의 절반 정도가 큰 병이다 싶으면 서울로 향한 것이다. 충북은 42%, 충남은 34%의 환자가 각각 서울행을 택했다. 제주는 이보다 더 많아 10명 중 9명꼴로 서울 대형병원을 찾았다.

가장 큰 이유는 비싼 의료비를 낼 수 있을 만큼 평균소득은 높지만 지역 병원의 시설수준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울산(109만 명)의 경우 1인당 평균소득은 2006년 이미 4만 달러를 돌파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전국 평균소득을 100으로 봤을 때 서울이 110, 부산이 77.1인 반면 울산은 무려 228.3이나 된다. 그러나 울산은 전국 시도 중에서 의료시설이 가장 열악하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의료자원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의원 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다. 충북과 충남은 첨단의료장비가 특히 부족하다. 충북은 인구 10만 명당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장비 보유대수가 1.08대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충남은 단국대병원, 순천향대병원, 충남대병원, 을지대병원 등 4개의 대학병원이 있지만 인구 10만 명당 MRI 장비 보유대수는 1.18대로 충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적다. 전국 평균소득을 100으로 잡았을 때 충남은 149.4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첨단장비는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제주도 충남 충북과 비슷한 상황이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는 10만 명당 2대로 가장 많은 전북(5.84대)과 대구(4.56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게다가 인구 10만 명당 병상 수도 681개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이들 지역과는 달리 부산·경남은 부산대병원과 동아대병원, 대구·경북 환자들은 대구가톨릭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광주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을 더 많이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대병원 조홍래 교수(외과)는 “지역 병원이 질적인 면에서 서울에 뒤처지지 않는데도 환자들이 막연하게 ‘서울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정부가 병원평가에 수술 실적, 수술 성공률 등을 자세히 공개하면 지역 병원도 서울 병원 못지않다는 점을 일반인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수술 위험도가 높은 5대 질환 진료 지표 평가’에 따르면 간암 부문은 1위 경북대병원, 4위 을지대병원, 5위 울산대병원으로 지방병원이 상위권을 다수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서울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의 거점 병원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황라일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지방 환자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마음 놓고 진료를 받는다면 지역 재정도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김가영 인턴기자 건국대 전자공학과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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