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미소 찾은 ‘日골프 아이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28일 02시 50분



‘에비앙’ 우승 미야자토 美무대 부진 털고 부활
27일 새벽 끝난 에비앙 마스터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차지한 미야자토 아이(24·일본)는 일본 여자 골프의 아이콘이다. 1990년대 후반 박세리(32)가 등장한 뒤 한국에 골프 붐이 일었다면 2000년대 초반까지 침체 일로를 걷던 일본 여자 골프의 부활을 이끈 게 미야자토다.
레슨 프로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네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미야자토는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대회를 휩쓸며 ‘골프 천재’로 불렸다. 미야자토는 고교 3학년이던 2003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던롭오픈에서 여고생으로는 사상 처음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해 프로로 전향했고 2006년까지 JLPGA에서 13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아이짱’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그는 활짝 웃는 미소가 트레이드마크로 일본 국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2005년 10월 2일 열린 일본여자오픈 마지막 날에는 그를 보러 골프장을 찾은 갤러리가 2만 명을 넘었다.
하지만 미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2006년부터는 좌절을 겪는 날이 더 많았다. 그해 첫 대회였던 2월 SBS오픈에서 공동 48위에 그쳤고 이후 4개 대회에서 20위 안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2007년 7월 HSBC 월드매치플레이챔피언십에선 결승에서 이선화(23·CJ)에게 패한 뒤 대성통곡을 하기도 했다. 그해 여름부터 드라이버 샷이 난조를 보이며 5회 연속 예선 탈락이라는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한동안 방황을 했던 미야자토는 올 들어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직전 대회까지 14개 대회 연속 예선을 통과했고 톱10에 7번 이름을 올렸다. 에비앙 마스터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우승을 차지한 미야자토는 “경기 내내 편안하게 스스로를 컨트롤할 수 있었다. 내 골프가 한 단계 성숙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버디 퍼트가 홀 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그는 오른손으로 모자를 눌러쓰며 꾹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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