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엄마 나라의 ‘흥’ 알겠어요”

  • 입력 2009년 7월 27일 06시 51분


대전 배재대 한국문화캠프 참가 獨 여고생 예니 양

그의 눈빛에 신명이 서린다. 흥에 겨운 어깨가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한다. 입가에는 가벼운 웃음이 흐른다.

요즘 대전 배재대 한국어 및 한국문화 여름캠프에 참가하고 있는 독일 여고생 슐테 예니 양(19)은 “저도 절반은 한국인인가 봐요”라고 말했다. 예니 양은 독일인과 결혼한 어머니 박연희 씨(47)가 연주하는 가야금 소리를 자주 들으며 자랐다. 하지만 징과 장구, 북, 꽹과리가 어우러지는 사물놀이 속에 빠져 보니 흥의 진수가 여기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전에 공부하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도 무척 흥미롭다. 한국말은 할 줄 알았지만 문법과 어원, 다양한 표현법은 잘 몰랐었다.

고교 3학년으로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예니 양은 올봄부터 대전에 살고 있는 이모에게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다고 졸라 배재대 여름캠프를 소개받았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엄마 나라에 대해서 알고 싶었다”며 “7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잠깐씩 친척집에 다녀가는 정도여서 항상 아쉬웠다”고 말했다.

6일부터 4주 과정으로 열리는 이번 캠프에서 예니 양은 이탈리아 알제리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온 17명의 친구도 사귀었다. 그는 한국어와 사물놀이 외에도 태권도를 배우고 전통공연을 관람하고 아리랑과 한국음식을 익혔다. 전주 한옥마을과 보령 머드축제에도 다녀왔다. 24일에는 비무장지대를 찾아 한국의 정치적 현실도 목격했다.

예니 양은 “캠프를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면 친구들에게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정확하게 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1년 정도 유학을 오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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