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링크]돈에 웃고 돈에 울고… 돈은 꿀인가 독인가

  • 입력 2009년 7월 25일 02시 57분


◇한국인의 돈/김열규, 곽진석 지음/240쪽·1만2000원·이숲

돈을 뜻하는 한자 ‘錢(전)’은 원래 가래를 의미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꼭 필요하던 농기구를 본떠 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돈이 인간 생활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라는 뜻이다. 동시에 ‘錢’은 돈을 뜻하는 ‘金(금)’에 창(戈) 두 개가 맞붙어 싸우는 형태의 ‘(잔,전)(전)’이 합쳐진 글자이기도 하다. 돈 때문에 사람들이 다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이렇게 ‘錢’ 글자 하나에서 “요긴하고도 무서운” 돈의 본질을 읽는다.

이처럼 저자는 돈을 다룬 문학작품과 돈에 관한 각종 단어와 화폐의 역사, 구두쇠에 관한 옛 이야기를 통해 한국인에게 돈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새끼줄에 엽전 꿰듯 줄줄이 엮어 나간다.

1909년 11월 30일자 ‘경남일보’ 4면에는 돈에 관한 이야기가 빽빽하다. 당시 총리 이완용이 자신에 관한 부정적인 기사가 일본 신문에 자주 실리자 기자에게 오백 원을 줘 입을 막았다는 기사, 꿈에 나타난 어머니의 독촉을 받고 아들이 어머니 장례비용 빚을 갚자 그 돈을 받은 이가 감격해 이를 알리는 신문광고 등. 저자는 “19세기 말∼20세기 초는 돈거래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사회 전면에 떠오른 시기”라며 “‘개화기’는 ‘돈화기’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한국 근대 문학에서도 돈은 주인공이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는 주인공 인력거꾼이 “귀하고도 더러운 것! 겉은 꿀인데 속은 독인 것! 그게 돈이야!”라고 말하고, 계용묵의 ‘백치 아다다’에는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돌변해 백치 아내를 학대하기 시작하는 남편이 등장한다. 김동인의 ‘감자’에는 돈 때문에, 돈이 없어서 몸 파는 여자로 전락하는 복녀가 등장한다.

저자는 인터넷 쇼핑몰이 보편화되고 누구나 24시간 물건을 사고팔 수 있게 된 현대사회를 두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윤리의 화신이며 시작이고 끝”이라며 “돈은 사회가 올바르게 작동하는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시대 화폐 통보(通寶)는 이 ‘윤리의 화신’으로서의 돈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통보는 둥근 모양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 있다. 돈이 둥글둥글 막힘없이 세상을 돌아다니길 바라면서 동시에 반듯하게 모양이 잡힌 네모처럼 떳떳하게 제 구실하기를 바라는 옛 사람들의 소망이 담겼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한국 전통 속 돈의 의미를 밝히며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버는 오늘날의 삶”에 대해 “돈은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지만 결코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고 말한다.

‘MONEY: 화폐의 역사’(말글빛냄)는 대영박물관 큐레이터들이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화폐부터 현대의 신용카드까지 화폐의 역사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황금의 시대’(작가정신)는 중세 흑사병의 전염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대륙 정복, 제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 등 돈, 특히 황금에 얽힌 세계사를 다루고 있다. ‘돈 그 영혼과 진실’(참솔)은 금융전문가이자 원형심리학자인 저자가 이성을 의미하는 아폴론과 광기를 뜻하는 디오니소스를 통해 경기불황을 일으키는 인간 심리를 분석하는 등 신화를 바탕으로 돈의 원형을 탐구한다. ‘도스토예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예담)와 ‘돈을 사랑한 예술가들’(열대림)은 돈에 대한 욕망을 초월한 듯 보이는 예술가들이 실은 돈에 얽매인 삶을 살았다는 점을 흥미롭게 소개한 책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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