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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와 함께 하는 에코 트레킹]정선 하이원 하늘길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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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야크와 함께 하는 에코 트레킹]정선 하이원 하늘길 걷기

입력 2009-07-24 03:00수정 2009-09-2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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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골프장 굽어보며 서늘한 고원숲길 10km

《‘하늘에서 놀자.’

이 멋진 광고 카피는 하이원 스키장 것이다. ‘하늘에서 논다?’ 그렇다. 원한다면 누구나 실력에 상관없이 초보자라도 해발 1004m 이하로 내려갈 일 없이 해발 1000m 이상의 높은 산에서 스키를 즐긴다는 말이다. 그건 화채그릇 형태로 푹 꺼진 골(밸리허브·1004m)을 품은 백운산(1426.2m)의 ‘볼’(Bowl·움푹한 그릇) 지형에서 왔다. 그 볼에 들어선 하이원 스키장의 안쪽 산기슭에는 슬로프가 무려 9개나 있다. 그러니 거기서 스키를 타면 해발 1004m 이상의 ‘하늘’에서 노는 셈이다.

하이원의 키워드는 ‘하늘’이다. 높이, 더 높이. 하늘로 오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그 하늘에서 이번에는 노는 게 아니라 걸어보자. 이름하여 ‘하늘길’인데 볼 외곽의 산자락을 아우르는 ‘C’자 모양의 10km 남짓한 숲길이다. 고도는 역시 1000∼1300m. 한여름 무더위를 싹 씻어주는 기막힌 트레킹 루트다.》

7년 전 여름. 사륜구동차로 하이원 스키장이 들어설 백운산 정상 턱밑까지 오른 적이 있다. 스키장이 들어설 곳의 지형이 궁금해서였다. 차가 산을 향해 출발했을 때만 해도 저 험한 지형을 어떻게 오르나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의문은 곧 풀렸다. 운탄(運炭)도로가 열쇠였다. 캐낸 석탄을 역까지 수송하던 산중의 트럭길이다. 그 길은 백운산과 주변 산악을 거미줄처럼 잇는다. 하도 다녀선지 비포장이라도 포장길 못잖게 잘 다져져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하이원 리조트가 들어선 곳은 옛 탄광지대다.

하늘길을 걷자면 고한 사북의 탄광 역사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이곳 탄광 개발은 1950년대 시작됐다. 그 때만 해도 ‘쫄딱구뎅’이라는 소규모 탄광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1960년대 들어 바뀌었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탓이다. 1960년대 초반. 동원탄좌와 삼척탄좌가 사북과 고한에서 각각 갱을 뚫고 탄을 캐기 시작했다. 당시 산업의 동력은 석탄. 그래서 탄광은 대규모였다. 이 지역이 ‘삼탄공화국’이라고 불렸던 것도 그즈음이다. 이곳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석탄산업의 영향력이 컸음을 말한다.

그런데 이곳은 ‘고구마탄맥’이다. 지하탄맥이 고구마줄기처럼 사방팔방으로 뻗은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갱도 여럿일 수밖에. 탄맥을 찾아 갱도가 산 곳곳을 벌집 쑤시듯 후벼 파댔고 그 갱을 연결하던 운탄도로 역시 산을 헤집고 가설돼 점점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그 총연장이 백운산과 주변만 해도 80여 km다.

하이원 리조트는 동원탄좌의 석탄광이 있던 곳이다. 동원탄좌가 문을 닫은 것은 2001년. 정선의 마지막 석탄광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는 석탄수요가 없어서다. 광원도 떠나고 운탄트럭도 사라졌다. 이 길도 잊혀졌다. 그러던 어느 날 운탄도로가 ‘하늘길’로 다시 태어났다. 카지노 타운으로 변모한 탄광촌 고한처럼.

지난 10년 고한 사북의 변화야말로 상전벽해, 말 그대로다. 시커먼 루핑집의 탄광촌은 휘황찬란한 조명의 카지노 타운으로 변했고 하루 3교대로 죽음을 무릅쓰고 입갱하던 광원들 대신 매일매일 대박의 꿈에 취해 차를 달려 카지노로 직행하는 도박객이 국도 38호선에 줄을 잇는다. 한겨울은 또 어떻고. 형형색색의 옷차림으로 ‘하늘에서 놀자’며 스키와 보드를 들고 오는 휴가객으로 떠들썩하다.

이 운탄길 역시 다르지 않다. 탄가루 풀풀 날리며 산길 오가던 시커먼 트럭 대신 험로 주행을 즐기는 오프로더의 멋진 사륜구동 차량이 때때로 오간다. 최근에는 오프로더 대신 트레킹 코스로 더 많이 애용된다. 산뜻한 아웃도어 차림의 트레커가 무리지어 재잘거리며 걷는 하늘길로 변한 것이다. 주변도 바뀌었다. 먼지 뽀얗게 앉은 길에는 마당이 서고 쉼터와 이정표가 마련됐다. 그 쉼터에서는 숲 명상도 즐긴다.

그 하늘길로 접어들었다. 내가 찾은 들머리는 강원랜드호텔(카지노가 있는 곳)의 폭포주차장 건너편. 강원랜드호텔로 가자면 오르게 되는 진입도로 중간부분의 오른쪽이다. 차량통행 흔적이 있는 이 길은 제법 넓다. 하지만 4km쯤 오른 뒤 만나는 쉼터부터는 폭이 반쯤으로 줄어드는 숲길이다. 그 숲길로 들어서기 전 꼭 들를 곳이 있다. 길 옆 낙엽송 숲속에 감춰진 도롱이연못이다. 숲 속의 늪은 고목이 쓰러져 수면을 장식한 그 풍경도 멋지지만 그 연못에 담긴 애틋한 사연이 더 사람을 끌어당긴다.

직경 80m의 이 늪은 탄광 흔적이다. 1970년대에 지반침하로 갱도가 무너지며 생긴 것이다. 이곳은 화절령으로 가는 길목. 머잖은 곳의 화절령에는 탄광촌이 있었다. 광원들은 거기서 출퇴근했고 그네들 부인들은 남편의 무사고를 기원하러 이 늪을 찾았다. 도롱이라는 이름은 이 연못에 살던 도롱뇽에서 왔다. 그 도롱뇽은 광원 아내들에게 수호신과 같았다. 그들은 이렇게 믿었다. 연못의 도롱뇽이 살아 있는 한 탄광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그들은 늘 늪에 찾아와 도롱뇽을 찾았고 그 모습을 통해 남편의 안위를 확인했다.

도롱이연못 앞 공터에는 산림청이 차량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세운 차단기가 있다. 운치 어린 운탄도로 숲길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물처럼. 그 길은 주절주절 해발 1000m 이상 산자락의 중턱 기슭을 따라 백운산을 두루 아우른다. 하늘에서 보자면 스키장을 능선 외곽으로 감싸 안은 모양이다. 해발 1300m의 낙엽송 숲길(6.5km 지점)은 녹음이 짙어 시원하다. 그리고 가끔은 탄 더미 쏟아 부어 낸 개활지도 지난다. 그럴 때면 수많은 산봉우리가 파도처럼 일어선 듯 보이는 ‘산의 바다’ 풍광을 감상한다. 좀 더 지나면 전망대(9.2km 지점). 백운마을과 더불어 멀리 영월의 상동이 보인다.

하늘길에는 철마다 들꽃도 많다. 그래서 구간마다 제각각 거기서 피고 지는 들꽃으로 이름을 붙여 두었다. 산죽길, 낙엽송길, 처녀치마꽃길, 바람꽃길 등등. 하늘길은 걷기에 힘들지 않다. 석탄 실은 트럭이 오가던 길인 만큼 오르내림도 완만하다. 두 시간 남짓 걷다 보면 백운산 정상인 마천봉 아래를 지난다. 이즈음 하늘길 걷기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다. 게서 한 시간 거리에 종착점인 하이원 호텔(골프장)이 있다.

호텔에 다다르면 해발 1100m 고지의 하이원CC(골프장) 정경부터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자그마한 하이원 호텔이 트레커를 반긴다. 10.2km 하늘길 코스의 끝이다. 그 호텔의 사우나는 하이원CC와 마찬가지로 ‘국내 최고도’다.

정선=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트래킹 정보|

◇찾아가기 ▽하늘길=양쪽에 진입로가 있다. 진입로1의 고도가 높아 여기서 시작하는 것이 조금 걷기 편하다. △진입로1(하이원 호텔): 하이원CC(골프장) 18번홀 △진입로2(강원랜드호텔): 폭포주차장 건너 ▽강원랜드(하이원리조트)=영동고속도로(고속국도 50호선)∼남원주∼중앙고속도로(고속국도 55호선)∼제천 나들목∼국도 38호선∼영월∼예미∼사북.

◇트레킹 코스: 2007년 하이원 리조트가 개발해 ‘하늘길’로 명명했다. 2.8km(한 시간 내외)∼10.4km(3∼4시간)의 6개(A∼F)로 선택의 폭도 넓다. ▽E코스 △구간: 하이원CC∼처녀치마길∼낙엽송길∼도롱이연못∼화절령길∼강원랜드(폭포주차장) △거리: 10.2km(세 시간 소요) △지형: 약간의 오르내림 ▽난이도(1∼5)=3 ▽특징=평평한 비포장도로. 드문드문 자생하는 들꽃 감상 △트레일 지도: 강원랜드, 하이원 호텔 비치. 입산 안내 정선읍 033-562-3002 △돌아가기: 출발 장소인 강원랜드로 가는 방법은 두 가지. ①곤돌라(유료): 하이원호텔∼마운틴탑∼마운틴콘도. 마운틴콘도∼강원랜드호텔은 셔틀버스 이용 ②셔틀버스: 하이원호텔∼강원랜드호텔 운행. 투숙객이 아니라도 이용 가능(무료). 1588-7789

◇트레킹 여행상품

승우여행사(www.swtour.co.kr)는 하루 일정의 트레킹 상품을 판매 중이다. 8월 1일과 2일 출발(서울 광화문, 잠실), 참가비 4만8000원(회원 4만5000원). 아침(간식)과 점심, 여행자보험, 곤돌라 탑승 및 안내비 포함. 02-720-8311

◇맛집 ▽운암정: 만화 ‘식객’의 무대인 이 식당이 실제로 10일 하이원 리조트에서 문을 열었다. 한옥 7채가 한 집을 이룬 고급 정통 한식당. 해발 900m 호반에 자리 잡았다. 3만5000원인 한우육회 골동반(사진 속 비빔밥 반상)이 가장 저렴한 음식. 점심은 낮 12시∼오후 3시, 저녁은 오후 6∼10시. 1588-7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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