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697>子曰, 片言에 可以折獄者는 其由也與인저…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裁判(재판)의 판결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한마디 말로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 片言折獄(편언절옥)이 아쉽다. 이 성어는 ‘논어’ ‘顔淵(안연)’편의 이 章에서 나왔다. 공자는 仲由(중유) 즉 子路(자로)가 訟事(송사)의 판결에 뛰어났다고 칭찬했다. 공자의 말은 其由也與까지이고, 이하는 후대의 논평이다.

片言은 ‘한마디 말’이다. 주자는 半言이라 풀었으니, ‘판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의 뜻으로 본 것이다. 可以는 ‘∼할 수 있다’이다. 折獄의 折은 斷(단), 獄은 訴訟(소송)이다. ‘其 ∼與’는 ‘아마 ∼이리라’는 의미를 나타낸다. 由는 子路의 이름이다. 宿은 머물러 둔다는 뜻이니, 無宿諾은 승낙한 것은 미루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토록 신의가 있어서 남들의 신뢰를 받았다는 뜻을 함축한다.

1792년에 연암 박지원은 安義(안의) 현감으로 부임하다가 경상감사의 부탁으로 의심스러운 옥사들을 심리했다. 당시 玄風(현풍)의 殺獄(살옥)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살인죄를 서로 떠넘기고 있었다. 박지원은 일반심리론을 근거로, 初檢(초검) 때 범인이라 지목된 아들이 진범일 것이라는 정황 증거들을 제시했다. 片言折獄이었다.

片言에 대해 옛 주석은 ‘송사 당사자의 한쪽 말’로 보았다. 정약용은 그 설을 지지하되, ‘진실 없는 자의 한쪽 말’로 풀이했다. 그렇다면 공자의 말은 “원고나 피고의 한쪽 말만 듣고도 그 말이 진실이 아님을 꿰뚫어 송사를 판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중유일 것이다”로 풀이할 수 있다. 재판관이라면 평소 말에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 점은 같다. 판결은 기법이 아니다. 인격에 토대를 둔 인간행위여야 하리라.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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