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국회에 안끌려다닌다” 개혁 강수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0일 교과부 장관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내년부터 교원평가제를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20일 교과부 장관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내년부터 교원평가제를 모든 학교에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安장관 “교원평가 내년 시행”
국회입법 번번이 좌절되자 ‘공교육 살리기’ 좌초 위기감
예산지원-평가와 연계 등 ‘참여율 높이기’ 방안 검토

좀처럼 강성 발언을 하지 않는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법제화가 안 돼도 교원평가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교사가 바뀌어야 현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살릴 수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교원평가제 전면 도입의 마지노선을 2010년으로 삼아 온 교과부로서는 국회 파행으로 법제화 가능성이 점차 희박해지자 ‘무법(無法) 교원평가제’라는 초강수까지 꺼내 든 것이다.

○ “더는 미룰 수 없다”

다양한 공교육 정책을 내놓았지만 결국 이를 실천할 핵심 열쇠는 교원들이 쥐고 있다는 것이 교과부의 생각이다. 수준별 이동 수업, 학력 격차 해소, 고교 다양화 등 모든 정책은 교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교과부가 공교육 변화의 핵심을 교원평가제에서 찾는 이유다. 안 장관은 “공교육 강화에서 교원평가제가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말했다. 이주호 제1차관도 국회의원 시절부터 일관되게 교원평가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교과부가 처음부터 ‘무법 교원평가제’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끊임없이 법제화를 시도했다. 18대 국회에서는 최대한 빨리 법을 통과시키려고 속도가 더딘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으로 선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내내 국회 파행이 이어지면서 교과부 내부에서는 ‘법제화 없는 교원평가제’ 시행 방안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늦어도 7월 국회에서는 법제화를 해야만 세부 시행안을 만들고 내년에 전면 평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 국회 역시 한 걸음도 진전이 없이 폐회가 다가오자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발동했다.

일단 전면 시행을 선포한 교과부에 남겨진 과제는 ‘어떻게’다.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전면 실시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교원평가제 시범 실시에 앞장선 선도 학교들처럼 모든 학교에 인센티브를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교과부는 형식적으로는 시도교육청을 통해 모든 학교가 교원평가제에 동참하도록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는 행정력을 동원한 다양한 ‘채찍과 당근’을 검토 중이다. 우선 시도별 교원평가제 참여 비율을 교육청 평가와 연계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개별 학교의 사업 선정이나 예산 지원에도 반영할 수 있다. 또 교원평가제 참여 여부를 학교 정보 공시 목록에 포함시키면 학부모들의 요구로 참여 학교가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 전교조 다잡기 나서나

전교조의 시국선언에 ‘엄중 처벌’ 방침을 고수해 온 안 장관은 이날도 “초중고교 교사의 교육 대상은 자라나는 학생이므로 반드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공무원법을 비롯한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방침이다”고 말했다. 시국선언 참여가 법적, 도덕적, 교육적으로 모두 부적절하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지금껏 전교조에 ‘솜방망이’를 휘두른다는 비판을 받아 온 교과부가 강경하게 돌아선 것도 교원평가제 도입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교원평가제를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전교조의 투쟁 방식을 계속 방치할 경우 교원평가제 시행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개별 교사의 징계에 그치지 않고 학교별 참여 인원을 공개하겠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도 이런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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