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기능 측정 통해 정신분열병 조기 진단

  • 입력 2009년 7월 20일 02시 56분


권준수 교수팀 ‘뇌자도’ 실험

정신분열병의 발병 가능성을 조기 진단해 발병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팀과 정천기 신경외과 뇌자도센터 교수팀은 뇌 검사기기인 ‘뇌자도(腦磁道)’를 이용해 정상인과 정신분열병 고위험군 34명을 검사한 결과 고위험군의 청각 기억기능이 정상인보다 크게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뇌자도란 1000분의 1초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 기록해 뇌의 기능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기기를 말한다.

권 교수팀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상인 18명과, 정신분열병으로 진단되지 않았지만 발병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 16명을 대상으로 ‘뇌자도’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고위험군은 실제 정신분열병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청각 기억기능이 크게 떨어져 있었다.

가족력이 있거나 가벼운 환각을 경험한 고위험군은 특이한 청각 자극을 줘도 정상인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신분열병 환자군과 비슷한 수준으로 반응도가 낮았다. 정신분열병 증상이 겉으로 나타나지 않아도 뇌 기능 손상이 진행됐다는 얘기다.

정신분열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환청이다. 의학적으로 환청은 청각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청각기능을 조기에 진단하면 정신분열병이 생기기 전에 어느 정도 발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음을 뜻한다. 권 교수의 연구결과가 담긴 논문은 국제 정신과학술지 ‘생물정신의학(Biological Psychiatry)’ 6월호에 게재되고 표지에도 소개됐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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