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오지에 과학꿈 심는다

  • 입력 2009년 7월 17일 02시 55분


한 대학생 봉사단원(오른쪽)이 필리핀 산타마리아 마을을 찾아 햇빛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자외선 비즈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민다나오=김은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한 대학생 봉사단원(오른쪽)이 필리핀 산타마리아 마을을 찾아 햇빛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자외선 비즈 목걸이’를 만들고 있다. 민다나오=김은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대학생봉사단 메세나캠페인

22일까지 실험교실 운영

“자, 교실 밖으로 나가볼까?”

“…우와, 색이 변하고 있어!”

고개를 갸웃대며 밝은 마당으로 나선 하니(15)는 순간 탄성을 내질렀다. 목에 건 하얀색 구슬목걸이(자외선 비즈)가 햇빛을 받자 무지갯빛으로 물들었다. 자신의 목걸이를 내려다본 주변 친구들도 영어와 필리핀어를 섞어 가며 환호했다.

필리핀 민다나오 섬 남단에 있는 한적한 농촌 마을 산타마리아에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소속 대학생봉사단 10여 명이 도착한 것은 8일 오후. 이틀 동안 마을 외곽 고아원에서 벽화를 그린 봉사단원들은 땀을 훔칠 새도 없이 수업 준비를 서둘렀다. 이날 수업의 ‘하이라이트’는 자외선 비즈 목걸이 만들기. 보통 때는 하얗지만 자외선을 받으면 색이 변하는 비즈는 동아사이언스가 개발한 과학교구인 ‘교과서에 딱 맞는 과학실험’(딱과) 중 하나였다.

교회당 학교에 모인 아이 20여 명이 대학생 교사의 지시에 따라 조심스럽게 비즈를 엮어갔다. 윤혜원 씨(20·여·성신여대)는 “자외선이 강한 아열대라는 점을 고려해 자외선 비즈 교구를 골랐다”며 “수준 높은 교육을 받기 어려운 이곳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자외선을 알려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봉사단의 과학문화활동은 13일 다바오 시 인근의 이슬라베르데에서도 계속됐다. 수업 주제는 ‘투명 비누 만들기’. 간단한 재료로 투명 비누를 만들며 위생 개념을 익히게 하자는 취지다. 이 지역은 4개 무슬림 소수 부족이 옹기종기 수상가옥에 모여 살아간다. 얼기설기 엮은 집과 외나무다리 아래엔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한 바닷물이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까운 바다에서 떠온 물에 풀어놓은 물고기들이 30분 만에 흰 배를 드러내고 떠오르자 마을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모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봉사단원들은 현장에서 직접 만든 투명 비누를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손을 잘 씻는 법도 알려줬다. 손을 씻기 전과 후 손에 남아 있는 세균을 살펴보는 실험은 특히 인기였다. 한대웅 씨(29·충북대)는 “손에 있는 세균을 배양한 결과를 보여주면 경각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봉사단장을 맡은 김한겸 고려대 의대 교수는 “과학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제3세계 아이들에게 호기심과 꿈을 전달할 수 있어 뿌듯하다”며 “해외봉사 활동에서 과학실험 키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후원하는 필리핀 대학생봉사단의 ‘사이언스 메세나 캠페인’은 22일까지 진행된다.

민다나오=김은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gomu5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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