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재창]인사청문회, 정책진단의 자리로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8분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한국의 사회기반시설과 핵심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2008년 주한미군 사령관 후보자에 대한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나온 얘기다. 그가 부임하고 나면 한국 주변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진력하겠다는 점은 이렇게 임용 전부터 예견됐다. 인사청문회는 고위 공직자가 취임할 경우 앞으로 어떤 정책적 판단과 행정집행력을 갖고 공직에 임할지를 사전에 점검해 보자는 자리다.

도덕적 검증은 추천 전에 마쳐야

그렇기 때문에 인사청문회에서의 답변은 모두 기록하고 공개하는데 이는 나중에 업무수행력을 평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척도가 된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이 정부의 정책방향에 예정성을 갖고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되는 것도 물론이다. 미국의 인사청문회는 통상 1분 질문에 3분 답변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의회보다는 청문 대상자가 말을 좀 더 많이 하게 만들어 더 많은 정보를 캐내고 앞으로의 행정통제를 위한 기초정보를 확보하자는 취지다.

한국에서는 인사청문회를 통해 중요 정책대안이 밝혀졌다거나 취임 이후의 국정운영 과정에서 이를 토대로 추궁했다는 얘기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인사청문회가 정책진단 수단으로 크게 활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임용 후보자나 임용하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임용권자가 어떤 후보자를 내정할 때에는 어떤 정책적 비전이나 철학적 원칙을 갖고 살아 온 사람이므로 앞으로의 정책방향이 어떻게 변한다는 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 임용 후보자가 비전이나 프로그램 없이 청문회장에 나서는 일은 일종의 자살행위라는 인식도 있어야 한다.

청문회가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 검증에 주력하는 이유도 후보자 개인의 인격에 훼손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윤리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인사가 제대로 된 정책수행력을 발휘할 수 없음은 너무나도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인사청문회가 정책진단의 자리가 되려면 임용 후보자의 도덕적 자질 검증은 인사청문회 이전 단계에서 완결돼야 한다. 임용권자가 임용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함께 청문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미국의 경우 임용권자의 임용 능력을 함께 검증한다는 인식이 임용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그의 18세 이후 모든 거주지와 심지어 당시의 이웃이 기억하는 인물평에 이르기까지 실로 광범위하게 수집하도록 하는 이유가 됐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사람 하나 제대로 추천하지 못하면서 무슨 수로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국민 사이에서 나와서야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가 제대로 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임용후보 기초조사 전문화 급해

임용 후보자 추천 때 유사한 사고가 빈발한다면 이는 틀림없이 시스템의 문제다. 우선 기초정보 조사라인의 전문화가 시급한 과제다. 청와대에 전담부서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일선의 현장조사자를 전담체제로 전환해야 하고 그들의 업무수행절차를 세밀히 매뉴얼화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용 후보 가능성이 있는 이들의 명단을 미리 작성해 상시 조사체제를 가동하는 작업도 시간에 쫓겨 사실조사가 미진하게 되는 일을 막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뿐만 아니라 청문회를 주관하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추천한 대통령 모두가 국민으로부터 청문되는 자리라는 인식이 더욱더 확산돼야 하겠다. 스스로 준비가 덜 됐다고 판단하는 후보자는 처음부터 사양할 줄 아는 미덕도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무엇을 감추거나 왜곡된 정보로 어찌해 볼 수 있는 곳이 더는 아니다.

박재창 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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