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세금의 미로’에 빠지다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증세 전환’파 “재정건전성 확보 필요” vs ‘감세 유지’파 “증세하면 투자에 찬물”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일고 있는 감세(減稅) 논쟁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골격을 짠 ‘강만수류(流)’와 바통을 이어받은 ‘윤증현류’의 미묘한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 논쟁은 △정부 경제정책의 일관성 △경기부양과 재정건전성의 충돌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내건 MB노믹스의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향 설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여당인 한나라당과 정부, 청와대 어디에서도 명확한 정리가 이뤄지지 않아 “MB노믹스가 세금의 미로(迷路)에 빠졌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해 온 재계까지 가세해 감세 논쟁은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1기 경제팀에서 핵심 역할을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감세 기조의 완전한 폐지는 현 정권의 ‘자기 부정’으로 비칠 수도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부자 감세, 서민 증세’로 감세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감세 유보로 인해 증세로 이어지면 민간 수요와 투자의 위축을 불러와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윤증현 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현 경제팀은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가채무의 부담으로 재정건전성 확보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은 “현 경제팀은 제한적인 감세정책의 유보를 통한 세수 확보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감세 유보를 주장하는 한나라당 소장파와 야권의 지원으로 힘을 얻어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출석해 “현재로서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를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만고불변의 정책은 없으며 상황이 변하면 거기에 맞게 변하는 것이 경제정책”이라고 말했다.

재계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4일 “감세 계획을 유예하는 것은 다음 농사에 쓰일 볍씨를 미리 까먹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책 기조 변화는 없다”며 “8월 재정부가 국회에 세제개편안을 제출하면 (세금 논쟁을 둘러싼) 전후 맥락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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