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유럽청년은 ‘IPOD세대’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Insecure Pressured Overtaxed Debt-ridden

‘새로운 잃어버린 세대(New Lost Gene-ration).’

최근 극심한 취업난에 허덕이는 유럽 전역의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 인터넷판은 13일 “최근 유럽엔 실업 청년이 수백만 명에 이를 정도로 넘쳐나고 있지만 마땅한 대책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잃어버린 세대’란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6년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라는 장편소설에서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진 말로 제1차 세계대전 뒤 환멸에 빠진 미국의 지식인과 청년들을 가리킨다. 새로운 잃어버린 세대란 유럽 젊은이들이 고실업으로 1차대전 직후와 같은 극심한 불황과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이 잡지는 “취업난은 모든 계층에서 심각해지고 있지만 특히 젊은 층에서 가혹하게 높다”며 “최근 10년간 유럽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크게 높은 16∼17%”라고 지적했다. 특히 프랑스와 영국, 스페인은 가히 살인적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프랑스의 25세 이하 구직자의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훨씬 높은 40%를 넘었다. 영국 실업자의 3분의 1은 25세 이하다. 스페인의 청년 실업률도 40%에 육박했다.

청년층은 설령 일자리를 찾아도 불안정 고용이 많다. 최근 10년간 유럽은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각종 사회보장수당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단기 계약직이 크게 늘었다. 이런 일자리가 주로 젊은이에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학자들은 이들을 ‘제네라시옹 프레케르(불안한 세대)’라 부른다. 영국에서는 ‘불안정하고(insecure), 압력을 받으며(pressured), 과중한 세금부담(overtaxed)과 부채에 시달린다(debt-ridden)’는 의미로 각 단어의 첫 글자를 따 ‘아이팟(IPOD) 세대’라고 부른다.

이 잡지는 영국의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젊은이들은 자신과 가족을 위해 필요한 경험과 능력, 자신감을 잃은 새로운 세대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유럽의 국가들이 많은 청년실업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효과를 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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