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40점짜리 낙제 국회

  • 입력 2009년 7월 15일 17시 00분


100점 만점에 40점이면 거의 낙제수준 아닐까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제주를 제외한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 국회의 의정활동 성적을 몇 점으로 평가하느냐고 물었는데 평균 40.7점으로 답했다고 합니다. 국회에 대한 깊은 불신이 드러난 셈입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가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인회장 대회에 참석한 65개국 369명의 한인회 전·현직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해외에서 모국을 지켜볼 때 가장 창피한 것'으로 41%가 '국회의 난장판'을 꼽았습니다. 지난해말 국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해머로 국회 문을 부수고 분말소화기를 쏘면서 싸우는 장면이 외신에 보도되면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수치스럽게 느껴진다는 얘기입니다. 외국에서 땀흘려 일하는 동포들이 이뤄놓은 좋은 이미지를 국회가 한 순간에 망쳐놓고 있는 것입니다.

여야는 오늘도 레바논 파병연장 동의안을 처리하기 위한 본회의를 전후해 치열한 대치극을 벌였습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측이 미디어 관계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을 점거할까봐, 민주당은 한나라당 측이 미디어법안 처리를 강행할까봐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여야는 당초 상정된 안건만 처리하고 퇴장하기로 약속했지만, 서로를 믿지 못해 웃지못할 샅바싸움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어제 한나라당이 전체회의를 열고 미디어 관계법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 출입을 원천봉쇄하는 바람에 회의장 밖 대치가 이어졌습니다. 민주당 천정배 전병헌 장세환 의원 등은 회의장 문을 의자로 막고 한나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저지했습니다.

민주당은 한달반 가까이 6월 임시국회를 공전시키다 지난 12일에야 등원을 결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야 회의에 참석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며 계속 상임위 토론을 배제하고 회의장을 봉쇄하는 것은 의회민주주의 정신에 반하는 것입니다. 야당의 존재 확인 이전에 스스로 직권상정의 명분만 쌓아주는 결과가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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