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대신 창업” 2030의 당찬 도전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치과의사 대신 의료기기 사업가의 길을 택한 문현일 씨(왼쪽)가 14일 대전 유성구 KAIST 안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창업 동료와 함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메디치아
치과의사 대신 의료기기 사업가의 길을 택한 문현일 씨(왼쪽)가 14일 대전 유성구 KAIST 안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창업 동료와 함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메디치아
■ 서울시 청년창업가 758명 선발-지원
“돈 잘버는 치과의사 길 접고
순탄한 회사생활 버리고
창의력 하나 믿고 뛰어들어”

지난해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문현일 씨(27)는 의사가 아니다. 그는 의사 자격증이 있지만 스스로를 사업가라고 여긴다. KAIST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문 씨는 “이공계 대학생이 취업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며 치의학전문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 문 씨의 명함에는 ‘메디치아 공동대표’라는 직함이 적혀 있다.

전문대학원을 다닐 때 문 씨의 관심은 치과진료보다 의료기기에 더 쏠렸다. 그는 “수술용 의자와 치료기구 등을 쓰기 쉽게 바꿀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랐다”며 “아이디어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좋아 아예 진로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올해 초 자신이 개발한 ‘임플란트 도크 드라이버’ 아이템으로 친구들과 함께 ‘메디치아’라는 기업을 세웠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전문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결과는 안정적인 것과 거리가 멀어지게 된 셈이다.

임플란트 도크 드라이버는 임플란트를 시술할 때 잇몸과 치아를 고정하는 나사를 자동으로 조여 주는 의료기기다. 이 아이템은 서울시가 지원하는 ‘2030 청년창업프로젝트’ 기술분야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당장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평가했고 덕분에 메디치아는 서울시로부터 1년 동안 월 100만 원가량의 창업지원금과 사무실을 지원받게 됐다. 특허출원, 상표등록, 시제품 제작까지 직접 해결한 끝에 얻어낸 첫 번째 성과다.

내년 초 제품 판매를 앞두고 있는 문 씨의 꿈은 세계적인 의료기기 전문 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치과에서 필수적인 ‘유니트 체어’를 자동화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그는 “제품이 나오면 직접 병원을 찾아다니는 영업사원 노릇까지 할 각오가 되어 있다”며 “이번에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을 계기로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최정희 씨(29·여) 역시 미술작품을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 제작 아이템으로 ‘2030 청년창업프로젝트’에 선정됐다. 최 씨는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할 때 나는 정작 ‘이 작품으로 돈을 벌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하던 학생이었다”며 웃었다.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인테리어 벽지 판매에 흥미를 느낀 그는 결국 기업체 입사 대신 창업을 결심했다.

하지만 최 씨 역시 세무, 회계의 벽에 부딪혀야 했다. 최 씨는 “지난해 말 홈페이지 도메인을 등록할 때만 해도 쉽게 사업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아르바이트와는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결국 최 씨는 ‘조금 늦더라도 확실히 준비하고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4월 창업스쿨에 등록해 3개월 동안 실무교육을 받았고 지금도 창업 관련 강좌는 시간이 허락하는 한 참석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매출은 최 씨의 표현대로 ‘매출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지만 그의 꿈은 더 넓은 곳을 향하고 있다. 그는 “생면부지의 어린 여자가 작품을 가지고 사업을 하자고 하면 다들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보는 것이 현실”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국내 작가의 작품을 인테리어 소품과 접목해 해외시장에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2030 청년창업가들은 총 758명. 이들은 14일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와 옛 마포구청 청사에 입주를 완료하고 ‘내일의 CEO(최고경영자)’를 꿈꾸며 밤낮없이 뛰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한 정연찬 서울시 경제진흥관은 “1900여 명의 지원자 중 서류심사, 면접을 통해 758명을 선발했다”며 “이들이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사업가가 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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