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프랑스]‘그랑 파리(GRAND PARIS)’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4월 29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이 파리를 전면 개조할 ‘그랑 파리’ 계획을 공개한 뒤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부터 10년간 350억 유로(약 60조 원)를 투입해 파리를 미국 뉴욕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춘 거대도시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4월 29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대통령이 파리를 전면 개조할 ‘그랑 파리’ 계획을 공개한 뒤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2년부터 10년간 350억 유로(약 60조 원)를 투입해 파리를 미국 뉴욕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갖춘 거대도시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프티’ 좋아하던 파리, 거대권역 ‘그랑파리’ 추진
‘그레이터 런던’에 맞서는 미래도시 프로젝트

프랑스가 ‘그랑 파리(Grand Paris)’를 향해 힘찬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 제3공화국(1870∼1940년)에 살았던 사회학자 앙드레 시그프리드는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 시민들이 ‘작은(petit)’이란 말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는지 말한 바 있다. 그들은 카페에 앉아 ‘르 프티 파리지앵(Le Petit Parisien)’ 신문을 읽으며 작은 여인(petite femme), 작은 식사(petits plats), 작은 집(petite maison), 작은 일(petits m´etiers)에 대해 말하길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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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작은 것’에 익숙했던 파리에 형용사 ‘큰 것’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50년 전 오스망 남작이 파리를 개조하면서부터다. 모든 것이 커졌다. 호텔도 커지고(grands hotels), 거리도 커지고(grands boulevards), 상점도 커졌다(grands magasins). 그럼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초까지 커지지 않은 것은 파리라는 도시 자체였다.

현재 파리는 외곽순환도로를 경계로 그 안에 고작 2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말한다. 하지만 파리에서 국제특급열차인 유로스타를 타고 2시간 거리에 있는 런던만 하더라도 800만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우리가 흔히 런던이라고 부르는 곳은 정확히는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이다. 영어권에서는 그랑 파리를 ‘그레이터 패리스(Greater Paris)’라고 번역한다. 그랑 파리는 ‘그레이터 런던’의 대응 개념인 셈이다.

프랑스 대통령들은 절대왕정 시대의 왕처럼 자기의 이름을 빛낼 대규모 건설공사를 좋아한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라데팡스에 해당하는 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는 그랑 파리다. 1958년 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에 건설된 현대식 상업지구엔 미테랑 대통령 재임시절(1981∼1995년) 최첨단 고층빌딩이 줄줄이 들어섰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그랑 파리 계획을 발표하면서 “그랑 파리를 그려보려면 영국의 런던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을 마주 바라볼 만큼 멀리서 파리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찍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그랑 파리 지역 안에 위치한) 파리 루앙 르아브르는 센 강을 대로(大路)로 삼는 하나의 도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동안 영국의 런던과 이탈리아의 밀라노를 잇는 유럽의 경제중심축은 프랑스를 비껴가고 있었다. 파리는 유럽의 경제중심축에서 제외됐고 프랑스의 양대 항구인 르아브르와 마르세유는 앞으로 도태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랑 파리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파리를 관통하는 센 강이 서쪽으로 흘러 대서양을 만나는 곳의 르아브르를 항구로 삼고 센 강을 그 발전 축으로 삼는 새로운 도시 계획을 뜻한다.

프랑스는 2007년 역사적인 환경 그르넬 협약을 통해 수운(水運)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북(北)센 강 운하를 건설하기로 했다. 센 강 하류지역에 대한 굴착작업이 2012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그랑 파리 건설엔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한 녹색 개발 개념이 적용된다. 샤를 드골 공항이 위치한 루아시 주변 2500ha에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거대 도시에는 문화공간도 대폭 확충할 예정이다. 파리 서쪽으로는 스갱 섬이 새로운 예술중심지로 개발된다. 동쪽으로는 시청각연구소(INA)를 중심으로 영상미디어 지구가 형성된다. 북쪽으로는 라빌레트 공원에 파리필하모닉이 자리할 음악당이 만들어지고 뤼크 베송 감독의 유럽영화박물관이 들어선다.

교육 및 연구단지도 새로 세워진다. 라데팡스의 금융가로는 요즘 파리대학에서 가장 잘나가는 경제 경영 중심의 파리도핀대가 이사를 간다. 아쉐르항과 세르주퐁투아즈 대학 주변으로 생태산업과 물류산업 중심의 센 강 계곡 산업지대가 들어선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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