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셴린 前베이징대 부총장 타계

  • 입력 2009년 7월 13일 03시 00분


연합뉴스
누더기 옷 - 누더기 가방… 몸낮춘 한 평생
중국 “마지막 석학 떠나셨다” 애도물결

중국에서 ‘마지막 석학’ ‘인간 국보’로 존경받던 동방학의 대가 지셴린(季羨林·사진) 선생이 11일 베이징(北京) 301의원에서 심장병으로 타계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8세.

베이징대에 처음 동방어문학과를 만들고 1978년 부총장을 지내 지 선생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 베이징대는 지 선생의 장례를 대학장으로 치르기로 하고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중국 언론은 “오래전부터 국보(國寶)로 불렸던 국학 태두(泰斗)가 별세해 전국이 애도에 잠겼다”고 보도했다.

과거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지 선생을 자신의 정신적 스승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던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지 선생의 투병 소식에 다섯 차례나 문병을 갔다. 서거가 알려지자 “다음 달 6일 99세 생일 축하 준비를 다 해 놓고 있었는데 안타깝다”며 애석해 했다고 중국 언론이 전했다.

1911년 산둥(山東) 성 린칭(臨淸)에서 태어난 지 선생은 칭화(淸華)대에서 서양문학을 전공한 후 독일에 유학해 범어 등 인도 고문자와 고문화를 공부했다.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1946년 귀국해 고대 인도 언어와 동양철학, 불교문화 등을 연구하며 문학, 문화, 예술, 철학,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저술했다. 무려 12개 언어를 구사하며 활동 분야가 넓었던 그는 생전에 사상가 문학가 역사학자 동방학자 불교학자 번역가 등으로 불렸다.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4인방 중 한 명인 야오원위안(姚文元)이 쓴 것으로 문혁의 10년 파란의 단초 중 하나가 된 평론 ‘해서파관을 비판한다’를 비판해 ‘우붕’(牛棚·문혁 당시 지식인을 학대해 가둬 놓은 외양간)에 갇혀 지내는 등 고난을 겪기도 했다. 당시 우붕의 생활을 중심으로 지식인이 느낀 치열한 감회를 진솔하게 보여준 체험록 ‘우붕잡억’과 수상록집 ‘다 지나간다(원제 열세심어·閱世心語)’는 국내에도 번역됐다.

평생 황갈색 누더기 옷을 입고 누더기 가방을 낀 노동자 행색으로 캠퍼스를 누볐던 그는 가진 것이 많고 잘난 것이 많은 사람들이 가져야 할 덕목으로 중국인들이 최고로 꼽는 ‘난더후투(難得糊塗)’ 경지에 오른 대표적 인물로 유명하다. ‘난더후투’란 재물이 많고 학식이 뛰어나면서도 실력이나 재물을 감추고 자신을 낮춰 어수룩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도덕적인 소양과 인품의 수준이 뛰어남을 일컫는다.

그는 최근까지도 “부정부패한 지방정부가 수두룩하고 자질이 부족한 관리가 많은데 그 뿌리는 문화대혁명에 있다”며 중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큰 어른으로 추앙을 받았다.

그는 책 ‘다 지나간다’에서 평소의 좌우명을 밝혔는데 동진 말기 남송 초기 시인 도연명의 시 중 한 대목인 ‘거칠고 변화 많은 세상에 무엇을 기뻐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면 걱정할 것 없으리’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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