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들 ‘바짓바람’에 아이들이 신난다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10일 신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1박 2일 추억 만들기 캠프에 참가한 아버지회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신현초등학교
10일 신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1박 2일 추억 만들기 캠프에 참가한 아버지회 회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 제공 신현초등학교
아버지회 결성 학교 늘며 캠프-체육대회 등 참여

“아이들과 대화시간 늘고 가정내 위상도 높아져”

10일 오후 7시. 서울 중랑구 신현초등학교 운동장이 떠들썩해졌다. 주말을 앞두고 조용해져야 할 금요일 저녁이지만 학교 운동장은 여행이라도 떠날 듯 커다란 배낭을 메고 들어오는 가족들로 가득 찼다. 70여 명의 학생은 아버지들과 함께 운동장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곧 갖가지 색깔의 텐트가 학교 운동장을 가득 메웠다. 신현초등학교 아버지회가 주관한 1박 2일 추억 만들기 캠프가 시작된 것이었다. 이번 캠프에는 63가족이 참여했다.

두 달 전 결성된 신현초등학교 아버지회는 10명의 아버지가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아버지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짜고 학교에 건의할 사항을 의논한다. 쉬는 토요일에는 주로 등산, 체육대회, 캠프 등 가족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학년인 아들 쌍둥이의 아버지 양종희 씨(49)는 “아이를 늦게 낳았는데 아버지회 활동이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아버지들의 참여를 가장 반기는 곳은 학교다. 신현초등학교 김영숙 교감은 “5월에 치렀던 체육대회에선 아버지들이 진행요원으로 활동하면서 직접 기구까지 날랐다”며 “학교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감은 또 “아이들이 아버지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버지회 활동 덕분에 가정에서 아버지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선 학교에서 아버지회는 최근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신사중학교는 5월 아버지회 회원 21명을 초청해 직업 특강을 열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의사, 법조인, 디자이너, 대학교수, 제과제빵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아버지들이 교실을 찾아 직업의 특성과 일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등을 들려줬다.

이날 강연에 참석했던 황규형 엑스로드 대표이사는 “아이들 교육이 대부분 어머니의 관점으로 이뤄지는데 아버지 생각과는 다른 부분도 많이 있다”며 “아들이 과외를 좀 줄이고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회에서 만난 다른 아버지들도 같은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유영환 장학관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최우선인 만큼 아이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아버지들이 아이의 주 생활공간인 학교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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