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숙제 검사 하는 것 같아요. 힘들었던 경험을 몸에 담아 보여줄 수 있게 됐지만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 책임감이 드네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동하던 발레리노 김용걸 씨(36)가 한국으로 돌아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를 맡는다.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던 김 씨는 2000년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견습생으로 들어가 쉬제(위에서 3번째 등급)에 올랐다.
김 씨는 8일 오후 2시 서울 남산 한옥의 집에서 열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기자간담회에서 “무용수라는 직업 자체가 몸으로 하는 것이어서 마흔 살이 다가오면 미래를 준비해야 하고 한국 발레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던 차에 서울 쪽의 제안이 와서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한국을 빛내는…’은 ‘김용걸과 친구들’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며 김 씨는 예술 감독을 맡아 조주환 강효정 배주윤 김경신 씨 등 해외 발레단에 소속된 후배 무용수와 함께 무대에 선다.
김 씨는 앞으로 무용수로 다시 무대에 설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교수가 된다고 해서 은퇴하는 건 아니다”며 “제2의 무용인생은 한국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가 제게 어떤 의미냐는 질문을 받으면 ‘발레는 나 자신이다’라고 말해요. 발레 그 자체가 되고 싶어요. 춤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잖아요. 제 솔직한 춤을 보고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