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막상막하 언덕길도 거뜬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 아반떼 LPi 시승, 휘발유차와 비교해보니

휘발유 아반떼보다 비싸지만 3년간 타면 이익
연료소모 표시하는 나뭇잎 그래픽 눈길

《현대자동차가 ‘아반떼 LPi(액화석유가스·LPG 방식) 하이브리드’를 8일 공식 출시했다. 이 차량은 국내 자동차회사가 만든 첫 일반 판매용 하이브리드 차량이자 친환경 차량이다. 8일 경기 가평군 상면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열린 신차 발표회에서 양웅철 현대차 연구개발총괄본부장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차량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 차량을 국내에서 올해 7500대, 내년 1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3년 이상 타면 경제적으로도 이익”

하이브리드 차량이란 서로 다른 두 개의 동력원인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를 말한다. 감속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고 달릴 때는 모터의 도움을 받는다. 그만큼 화석연료를 덜 사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온실가스가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각국의 환경 관련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세계 자동차기업들은 최근 경쟁적으로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에 나서고 있다.

화석연료를 덜 사용하는 만큼 연료소비효율(연비)도 높다. 그러나 가격은 내연기관만 사용하는 기존 차량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의 차급별 판매 가격은 최저 사양인 ‘HDe-I’ 2054만5000원, 중간 사양인 ‘HDe-II’ 2221만 원, 최고 사양인 ‘HDe-III’는 2324만 원으로 정해졌다.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감면 기준 가격이다.

동급의 아반떼 휘발유 차량에 비해 판매 가격은 500만∼600만 원 비싸다. 그러나 정부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주는 각종 세제 혜택이 약 300만 원이기 때문에 실제로 소비자가 구입하는 데 드는 총비용을 따져 보면 실제 차이는 300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취득·등록세 등을 포함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중간 사양인 HDe-II를 개인 소비자가 구입할 때 드는 총비용은 약 2222만 원으로 비슷한 차급인 ‘아반떼 X16 럭셔리 블랙’보다 381만 원가량 더 든다. 올해 하반기에 국내 출시될 예정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 ‘프리우스’가 3000만 원대로 예상되는 것을 감안하면 하이브리드 차량으로서 가격 경쟁력은 갖추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유가 수준이 유지되고 1년에 2만 km를 달린다고 치면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연간 유류비가 동급 휘발유 차량에 비해 132만 원가량 덜 든다”며 “3년간 들어갈 유류비를 생각해 보면 동급 휘발유 차량보다 경제적으로 더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하이브리드 기술 덕분이라기보다는 값싼 LPG 연료를 쓰기 때문인 측면이 크다.

○ 하이브리드차 ‘힘 달리는 약점’ 못느껴

8일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직접 운전한 소감은 ‘하이브리드 차량의 약점들을 상당히 해결했다’는 것이었다. 흔히 동력 성능이 떨어지는 점이 하이브리드 차량의 단점으로 꼽히지만 실제 주행에서 아반떼 LPi와 휘발유 차량의 차이점은 느끼기 어려웠다. 최고 출력은 114마력으로 아반떼 휘발유 모델(124마력)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출력 20마력인 전기모터가 보조해 주기 때문에 실제 출력 효과는 오히려 휘발유 차량보다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언덕길 오르기도 큰 문제가 없었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변속레버 D단 옆에 새로 추가한 ‘E모드’로 달리면 언덕에서는 다소 힘이 달리지만 ‘D모드’로 달리면 문제가 없다.

시속 9km 이상의 속도로 2초 이상 주행한 다음 브레이크를 밟아 정지하면 엔진이 자동으로 꺼지는 ‘오토스톱’ 기능은 휠 왼쪽의 버튼을 눌러 운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공회전을 막아 연비를 높여 주지만 오르막길에서는 차가 밀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엔진이 꺼지면 에어컨이 함께 꺼지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여름 밀리는 구간에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실제 달린 거리와 들어간 연료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그 결과를 나뭇잎이 늘어나게 하는 등의 그래픽으로 표현한 ‘경제운전 안내 및 경제운전 채점 기능’은 운전자에 따라 ‘쓸데없다’고 할 사람과 ‘도움 된다’고 볼 사람이 갈릴 듯하다.

전반적으로 ‘휘발유 차량에 비해 떨어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연비 외에 고유의 장점이 뭔지는 모르겠다’는 느낌도 들었다. 한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프리우스 등은 일본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모델이지만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는 그렇지 않다”며 “정비가 원활하지 않거나 사고가 났을 때 고가의 배터리 가격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평=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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