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삼성전자 車반도체 700억 투자 확정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SK에너지-포스코도 ‘화학제품 동맹’
삼성전자, 바이오사업에도 진출키로

제너럴모터스(GM)는 1999년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전 소니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데이 전 회장은 GM의 미국 디트로이트 본사를 방문한 이후 임기를 채우지 않고 사임했다. GM 본사 반경 161km 안에 전자회사가 하나도 없다는 게 GM을 떠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미래 자동차는 정보기술(IT)과 융합된 하나의 전자제품으로 진화할 텐데 GM은 이에 대한 혜안이 부족했던 것.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09년 GM은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3년간 700억 원을 투자해 차량 반도체를 공동개발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정부는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본보 5월 14일자 A1면, B2면 참조 ▶ 삼성전자 -현대기아車 ‘IT 자동차’ 손잡는다
▶ 車+IT 신성장동력으로… 대기업간 융합모델 시동

8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지원 과제’ 26개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선정된 ‘현대차+삼성전자 컨소시엄’은 이 사업을 위해 2011년 100억 원, 2012년 530억 원, 2013년 700억 원(누적 기준)을 투자하겠다고 지경부 측에 제안했다. 2013년까지 고용인원은 320여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부가가치를 높이 평가한 정부는 연간 4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민간 출연금은 55억 원이 지원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전자 분야의 선도 기업이 협력함으로써 시장이 활성화되고 고용시장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쟁기업과의 협력에 냉랭했던 대기업 문화에도 좋은 선례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IT융합 자동차 모델을 설계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삼성전자, 현대오토넷, 씨앤에스테크놀로지 등 개발사에 제공한다. 자사의 핵심 정보가 경쟁사에 흘러갈 것을 우려해 ‘철통 보안’을 지켰던 점을 생각하면 대기업 협력 문화가 상당히 진전된 셈이다.

한편 정부가 이날 발표한 26개 지원 과제에는 또 다른 이종(異種) 대기업 간 융합 사례인 SK에너지와 포스코의 공동프로젝트도 포함됐다. 두 기업은 합성 천연가스, 화학제품 등을 만들어내는 에너지플랜트를 공동 개발한다. 이를 위해 SK에너지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약 2조2000억 원을, 포스코는 2013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지경부에 밝혔다. 고용창출 효과는 SK에너지의 경우 2012∼2013년 2만 명, 포스코는 매년 1000명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기업은 연료와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에너지 플랜트 생산물로 2018년이면 수송·발전 분야 연료의 8%가량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만 투자가 미약한 신성장 시장도 본격 육성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정부에서 90억 원, 민간 출연금 70억 원을 지원 받아 민간 투자가 미흡한 바이오시장에 진출한다. 삼성전자가 제넥신, 이수앱지스, 프로셀제약과 함께 개발하는 분야는 특허 완료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 동일한 효능과 안정성을 갖춘 ‘바이오 시밀러(similar)’ 제품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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