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왜곡된 시장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티맥스 윈도 9’ 공개 기자회견장 단상에 오른 티맥스그룹 박대연 회장(사진)은 “기쁘다”와 같은 무난한 소감 대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박 회장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전 세계 시장의 88%, 국내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상황을 내 손으로 깨고 싶다”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이 회사가 4년간 개발한 티맥스 윈도 9는 1993년 K-도스 이후 16년 만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PC용 운영체제다. MS 윈도가 컴퓨터 운영체제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경쟁 환경,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도전은 한편으로는 무모하고, 한편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 ‘메이드 인 코리아’ 박 회장의 꿈
박 회장이 4년간 개발한 티맥스 윈도 9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MS 윈도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핵심 전략으로 ‘호환성’을 꼽았다. 박 회장은 “국내 첫 독자개발 운영체제인 만큼 새롭고 다른 것을 선보이기보다 MS 윈도 프로그램을 100% 호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티맥스 윈도 9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MS 오피스 내 파워포인트, 워드 등 MS 응용 프로그램 및 파일이 실행된다. 호환성 강조는, 처음부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어렵게 하지 않고 친숙하게 한 다음, 점차 독자 기술을 도입해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이 밝힌 마케팅 방법은 공공기관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또 PC 구입 시 아예 윈도가 깔려있고 이를 개인이 사용하는 구조를 고려해 “개인보다 PC업체, 기업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밝힌 티맥스 윈도 9의 가격은 MS 윈도의 2분의 1∼3분의 2 수준.
티맥스 윈도 9와 함께 박 회장은 자체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 ‘티맥스 오피스’와 웹브라우저 ‘티맥스 스카우터’도 함께 공개했다. 또 내년 상반기엔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폰에 맞는 운영체제도 공개한다. 박 회장은 2011년에 해외 법인 30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국심’에만 ‘어필’하며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 MS 윈도에 맞서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
2시간가량 진행된 발표회는 대부분 박 회장 혼자서 진행하듯 이루어졌다. ‘악’에 받친 듯 심경 고백도 늘어놓았다. 그간 실체 없는 연구를 해왔다며 ‘제2의 황우석’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나랏돈 한 푼 안 받고 연구했다”며 “그 결과를 빨리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목표는 MS, IBM, 오라클 등 미국이 독점해 온 소프트웨어 시장 구조를 깨는 것. 박 회장은 “2015년까지 전 세계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호환성에 중점을 둔 나머지 기존 MS 윈도와 차별화가 명확하지 않아 “너무 방어적이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11월 국내 시판에 앞서 10월 최종 버전이 공개되기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PC 제조업체를 비롯한 각 기관의 공급 유통망도 “협의 중”이라는 대답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3D를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임에도 행사장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시연 도중 멈추거나 웹브라우저 구동이 원활하지 않는 등 시스템 상 불완전한 모습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아직 완벽한 버전이 아닌 만큼 최종 공개까지 남은 3, 4개월간 불완전한 점들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