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티맥스 윈도9’ MS 윈도에 도전장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티맥스 윈도9 공개 행사장에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 제공 티맥스소프트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티맥스 윈도9 공개 행사장에 1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사진 제공 티맥스소프트
윈도OS 국내 최초로 개발
11월 출시 앞두고 시험판 공개
박대연 회장 “美독점 깨겠다”
MS와 호환… 값은 절반수준

“이것은 왜곡된 시장구조를 깨기 위한 노력이다!”

7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 ‘티맥스 윈도 9’ 공개 기자회견장 단상에 오른 티맥스그룹 박대연 회장(사진)은 “기쁘다”와 같은 무난한 소감 대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박 회장은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가 전 세계 시장의 88%, 국내 시장의 98%를 차지하는 상황을 내 손으로 깨고 싶다”고 말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이 회사가 4년간 개발한 티맥스 윈도 9는 1993년 K-도스 이후 16년 만에 국내 기술로 개발된 PC용 운영체제다. MS 윈도가 컴퓨터 운영체제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 경쟁 환경,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현실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도전은 한편으로는 무모하고, 한편으로는 의미 있는 일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 ‘메이드 인 코리아’ 박 회장의 꿈

이날 행사는 티맥스소프트가 11월 시판을 앞둔 티맥스 윈도 9의 시험판(베타버전)을 공개한 자리. 이미 개발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만큼 행사장에는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일반인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 시연회는 1만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박 회장이 4년간 개발한 티맥스 윈도 9의 뚜껑을 열어본 결과 MS 윈도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핵심 전략으로 ‘호환성’을 꼽았다. 박 회장은 “국내 첫 독자개발 운영체제인 만큼 새롭고 다른 것을 선보이기보다 MS 윈도 프로그램을 100% 호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 티맥스 윈도 9에서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MS 오피스 내 파워포인트, 워드 등 MS 응용 프로그램 및 파일이 실행된다. 호환성 강조는, 처음부터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어렵게 하지 않고 친숙하게 한 다음, 점차 독자 기술을 도입해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박 회장이 밝힌 마케팅 방법은 공공기관에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었다. 또 PC 구입 시 아예 윈도가 깔려있고 이를 개인이 사용하는 구조를 고려해 “개인보다 PC업체, 기업을 중심으로 마케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밝힌 티맥스 윈도 9의 가격은 MS 윈도의 2분의 1∼3분의 2 수준.

티맥스 윈도 9와 함께 박 회장은 자체 개발한 오피스 프로그램 ‘티맥스 오피스’와 웹브라우저 ‘티맥스 스카우터’도 함께 공개했다. 또 내년 상반기엔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스마트폰에 맞는 운영체제도 공개한다. 박 회장은 2011년에 해외 법인 30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애국심’에만 ‘어필’하며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이다.

○ MS 윈도에 맞서기 위해 넘어야 할 산들

2시간가량 진행된 발표회는 대부분 박 회장 혼자서 진행하듯 이루어졌다. ‘악’에 받친 듯 심경 고백도 늘어놓았다. 그간 실체 없는 연구를 해왔다며 ‘제2의 황우석’이라는 비판을 받은 것에 대해 “나랏돈 한 푼 안 받고 연구했다”며 “그 결과를 빨리 보여주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목표는 MS, IBM, 오라클 등 미국이 독점해 온 소프트웨어 시장 구조를 깨는 것. 박 회장은 “2015년까지 전 세계 운영체제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호환성에 중점을 둔 나머지 기존 MS 윈도와 차별화가 명확하지 않아 “너무 방어적이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11월 국내 시판에 앞서 10월 최종 버전이 공개되기까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PC 제조업체를 비롯한 각 기관의 공급 유통망도 “협의 중”이라는 대답뿐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3D를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임에도 행사장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시연 도중 멈추거나 웹브라우저 구동이 원활하지 않는 등 시스템 상 불완전한 모습도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아직 완벽한 버전이 아닌 만큼 최종 공개까지 남은 3, 4개월간 불완전한 점들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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