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큰데 세금까지? 해외펀드 투자자 한숨

  • 입력 2009년 7월 8일 03시 04분


■ ‘연말시한 비과세’ 연장될까

금융당국 시한 연장-감세 건의
‘세수 비상’ 재정부 수용에 난감

회사원 A 씨는 글로벌 증시가 꼭짓점에 이르렀던 2007년 9월 중국펀드와 라틴펀드에 모두 1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들 펀드는 금융위기 때 원금이 절반도 안 남을 정도로 손실이 컸지만 최근 해외증시의 회복세에 힘입어 수익률이 그나마 ―40%대까지 올라온 상황.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원금이라도 건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A 씨는 최근 다시 고민에 빠졌다. 올해 말로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된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원금을 회복하려면 아직 한참을 더 기다려야 할 판인데, 내년에 증시가 오르면 손실 난 펀드에 세금까지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내년부터 해외펀드 투자 차익에 세금을 부과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A 씨와 같은 고민을 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 해외펀드 계좌는 5월 말 현재 700만 개가 넘는다. 다만 정부가 7일 해외펀드의 환차익 계산법에 대한 새로운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그동안 막대한 투자손실을 입고도 지난해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으로 환차익에 대한 세금까지 납부해 온 투자자들은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다.

○ 해외펀드 비과세는 예정대로 끝날 듯

2007년 초 정부가 발표한 해외펀드 비과세 방안은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조치다. 당시는 글로벌 증시가 대호황기였기 때문에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 수요도 극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해외 증시가 대폭락을 하고, 비과세 혜택마저 올해로 끝나면서 내년부터 많은 투자자가 펀드 손실과 세금 납부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령 원금이 2000만 원이었던 펀드 평가액이 반 토막이 나서 올해 말 1000만 원이 됐을 경우, 내년 수익률이 절반을 회복해 1500만 원이 되더라도 투자자는 내년 투자이익 500만 원의 15.4%인 77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펀드의 가입 이후 수익률은 여전히 ―25%에 머물고 있지만 손실은 손실대로 나고, 투자이익 명목으로 세금까지 징수당해야 하는 셈이다.

각 금융사의 지점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삼성증권 테헤란지점 류남현 PB팀장은 “오래전에 가입해 잊어버리고 있다가 최근에 이슈가 되니까 당황하는 고객이 많다”며 “일단 연말까지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많지만 벌써 환매를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도 이런 시장의 분위기를 반영해 기획재정부에 비과세 혜택을 당분간 연장하거나 세금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하지만 재정부가 이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감세(減稅) 정책으로 인한 세입 감소와 대규모 재정지출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최근 세정 운영 방향을 ‘적극적인 세수 확보’로 바꿨기 때문이다. 또 현재 외환시장 상황이 달러가 남아돌던 2007년 당시와는 다른 만큼 굳이 비과세 혜택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주가하락시 환매시점 기준 환차익 산정

○ 잘못 거둔 환차익 소득세는 환급하기로

정부가 환차익에 대한 계산법을 변경한 것은 금융회사들이 20여 년간 관행적으로 적용하던 계산법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납부하게 된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던 금융회사들은 취득일 주가에 환율 변동분을 곱해 환차익을 계산해왔다.

예컨대 300달러에 산 해외주식이 환매시점에 100달러로 떨어지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면 금융회사들은 취득일 주가인 300달러에 환율변동분인 200원을 곱해 환차익을 산정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은 환매시점의 주가인 100달러에 대해서만 환차익을 봤으면서도 소득세는 전체 투자금액인 300달러에 대한 환차익을 기준으로 물게 된다. 결국 300달러에서 100달러를 제외한 200달러어치의 환차익은 주가 하락으로 존재하지 않게 됐는데도 금융회사들은 이 부분까지 포함해 세금을 계산한 셈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재정부가 내놓은 계산법은 주가가 떨어졌을 경우 취득일이 아닌 환매시점을 기준으로 환차익을 산정하는 것이다. 즉 금융회사들이 적용하던 취득일 주가인 300달러가 아닌 환매일 주가인 100달러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환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원천징수했던 자산운용업계는 세금을 환급해주기 위해 2007년 6월 이후 최근까지 환매된 해외펀드의 기준가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을 다시 산출해야 한다. 세금을 다시 산정하기까지는 5,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가 실제로 환급을 받는 시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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