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회원 10만 인터넷카페 ‘스펙 업’ 만든 유상일 씨

  • 입력 2009년 7월 7일 07시 17분


“취업 노하우로 청년실업 뚫었으면”
최신 정보 실시간 업데이트 기업서 “카페 팔라” 제안도

8월 인하대를 졸업하는 유상일 씨(27·컴퓨터정보공학과)는 요즘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졸업 예정자들이 취업 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지만 2곳의 업체로부터 동시에 취업 제의를 받은 것. 중소기업인 이들 업체는 유 씨를 채용하기 위해 초봉을 “대기업의 연봉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유 씨는 다른 졸업생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가졌기에 파격적인 제안을 받았을까. 그는 웹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지난해 3월 21일 ‘스펙 업’이라는 카페를 만든 운영자. 이 카페 회원은 2일 10만 명을 돌파했다.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취업 정보의 전 단계인 스펙(직장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학력, 학점, 토익 점수 등을 합한 것을 이르는 말)을 쌓을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취업 정보도 제공하지만 대기업과 정부 부처가 대학생들을 상대로 여는 봉사 등 각종 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빠짐없이 제공해 취업 대상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자신의 경력을 추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가 카페에 상세히 소개되면서 대학생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다.

“스펙 업은 일종의 ‘대학생 커뮤니티 공간’이라고 할 수 있죠. 비슷한 성격의 카페도 있지만 가장 신속하게 업데이트가 이뤄지면서 취업을 위한 팁과 노하우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유 씨가 스펙 업을 만든 동기는 대학 졸업이 다가오면서 “도대체 대학 생활에서 남긴 것이 무엇인가”란 회한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아리 활동이나 학과 활동을 하지 않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나거나 집에서 컴퓨터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낸 자신의 대학생활이 후회스러웠던 것. 그래서 그는 2007년 휴학을 한 뒤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 전념했다.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해외자원봉사에 참가해 20여 일간 중국에서 현지인을 대상으로 정보기술(IT) 교육을 했다. 또 삼성전자가 실시한 노트북PC 홍보대사로 해외 활동을 하면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대기업이 여는 캠퍼스 파티(일종의 대학생 대상 이벤트)에도 참여해 다른 대학 학생들과 정보를 교류했다.

유 씨는 “휴학을 하면서 하게 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취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스펙을 올릴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카페를 만든 계기를 설명했다. 카페를 처음 만든 뒤 유 씨 혼자 웹 서핑을 하면서 최신 정보를 올리느라 분주했다. 하루 평균 2∼3시간 카페 운영에 매달렸다.

“고등학교 때부터 웹 서핑을 하는데 자신이 있었어요. 그때는 웹 서핑을 통해 얻은 정보를 주변 사람들에게만 알려줬는데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겨 더 열심히 하게 되더군요.”

이 같은 노력으로 차츰 스펙 업에 회원으로 가입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났고, 회원 수도 크게 늘어나 운영진도 만들어졌다. 현재 유 씨 외에 10여 명으로 구성된 운영진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운영진은 회원들 간 미팅을 주선해 활발한 정보공유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카페가 커지다 보니 여러 가지 에피소드도 있었다. 취업포털 사이트 회사로부터 카페를 팔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온 것. 회원이 많고 잘 키워 놓은 카페의 경우 관련 기업들이 운영자에게 카페를 팔라고 제안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유 씨는 “어떤 곳에 취업을 하느냐가 대학생활 전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자신의 역량을 키워 원하는 곳에 취업하는 것도 성공하는 첫걸음인 것 같다”며 “졸업 후에도 카페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운영진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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