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아파트 분양가 1억 줄어든다

  • 입력 2009년 7월 2일 02시 59분


서울시 “재개발 공공주도로 전환… 사업비 20% 거품 뺄 것”
공공관리자 제도 도입, 조합-시공사 부패사슬 차단
“택지-건축비는 못낮출것”
업계, 실효성 의문 제기

단독 및 다세대 주택을 허문 자리에 아파트 1230채를 짓는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내 A구역. 조합원 660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의 총비용은 3717억 원이다. 하지만 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이 사업비용에는 거품이 많다.

조경이나 인테리어 공사 등에 쓰이는 예비비 122억 원은 37억 원으로, 2691억 원으로 책정된 공사비는 2134억 원으로 낮출 수 있다. 공공기관이 돈을 빌려주면 대여금 이자 역시 140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처럼 계산하면 총사업비는 685억 원이 줄어 109m²(약 33평) 아파트 분양가가 1억 원 정도 줄어드는 등 사업비가 20% 절감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보 6월 19일자 A1·29면 참조
▶“재개발 아파트 분양가 1억이상 낮추겠다”
▶취임 3주년 맞는 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40여 년간 민간이 주도했던 서울시내 재개발과 재건축, 뉴타운 사업에 시와 자치구 등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관여해 사업 전반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분양가를 낮추는 방안이 추진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기자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거환경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오 시장은 “그동안 시민 부담으로 전가됐던 비용과 시간의 거품을 확 빼고 원주민이나 세입자 등 서민층이 배제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며 “어떤 저항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 ‘공공관리자’가 사업 과정 관리

시는 자치구 구청장을 ‘공공관리자’로 지정해 조합 설립을 돕는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하도록 했다. 또 사업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계자와 시공사를 선정하되 구청장이나 공기업(SH공사, 주택공사 등) 등 공공관리자가 선정 과정을 관리하도록 했다. 시는 이를 통해 조합과 정비 철거 설계 시공업체가 뒤엉킨 부패의 사슬을 끊고 사업비의 거품을 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는 공공관리자제도를 시내 484개 재개발 재건축 예정 구역 중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거나 구성 중인 329개 구역에 전면 적용한다. 시는 우선 성동구 성수동 72 일대에 아파트 7000여 채를 짓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을 시범사업구역으로 선정했다.

시가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은 올 초 철거민과 경찰관 등 6명의 생명을 앗아간 ‘용산 참사’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오 시장은 이후 공무원들에게 “그동안 민간 주도라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었던 것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 재개발 정보도 모두 공개

시는 또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돼 온 재개발 등의 사업 과정과 관련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재개발 클린업 시스템’을 내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사업계획서와 회계감사보고서, 계약 관련 서류, 월별 조합비 지출 결과, 설계 변경 내용 등 총 15개 항목이 공개된다. 아울러 시는 사업 초기인 조합 설립 단계부터 조합원이 각각 얼마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지를 알고 재개발 사업 시행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분담금 산정 프로그램’을 10월까지 개발해 보급하기로 했다.

시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거쳐 상가 세입자 우선 분양권 부여 등 18개 조항에 대한 법률 개정작업을 마쳤다. 공공관리자제도 도입, 정비구역지정조건 조정 등 9개 조항도 올해 안에 법률 개정을 통해 시행할 계획이다.

○ 실효성 논란도

재개발 전문가들과 건설업계는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서울시 대책이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량인 가산비를 줄이는 데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비중이 각각 60%, 30% 정도인 택지비와 건축비를 낮추는 데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재개발컨설팅업체인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택지비는 조합원들이 소유한 땅의 감정평가금액으로 정해진다”며 “서울시 구상대로 109m² 아파트 분양가를 1억 원가량 낮추려면 인위적으로 조합원들의 땅값을 3.3m²당 300만 원가량 깎아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 반발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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