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詩를 품은 산문 30편의 은은한 울림

  • 입력 2009년 4월 4일 02시 55분


◇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복거일 지음/203쪽·1만3000원·북마크

“수필과 시는 대조적이다. 수필은 느슨하고 가볍고 한눈을 판다. 시는 팽팽하고 심각하고 엄격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여기 실린 글에선 그런 수준을 넘어, 독자들이 수필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시를 음미할 기회가 나오도록 마음을 썼다.”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인 복거일 씨가 일상의 소재를 다룬 수필 안에서 서정시를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산문 30여 편을 모아 ‘서정적 풍경, 보나르 풍의 그림에 담긴’을 펴냈다. 사랑 새벽 가을 예술 등을 주제로 한 산문 속에서 토머스 하디, 에밀리 디킨스, 로버트 프로스트부터 송나라 시인 육유, 당나라 시인 왕지환을 비롯해 윤동주 정현종 등 한국의 시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인의 작품을 인용하거나 녹여냈다.

저자는 속절없이 지나가버리는 세월의 흐름을 영국 시인 오스버트 시트웰의 시구 ‘실은, 시간 죽이기는/시간이 우리를 죽이는 다양한 가운데/단지 또 하나를 가리키는 이름이다’를 인용해 새롭게 인식하게 하거나 정현종 시인의 ‘견딜 수 없네’를 읊으며 함께 위안받기를 권하기도 한다. 때로 이 시들은 저자의 날카로운 사회비판의 목소리와도 어우러진다. 휘트먼의 ‘열린 길의 노래’를 인용하면서 막상 길을 나서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우리 문화 수준과 관광산업의 열악함을 지적한다. 딸인 조이스 진이 각 산문과 어우러지는 유화 30여 점을 그려 삽화로 함께 수록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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