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늘 위기… 시류 휩쓸려선 안돼”

  • 입력 2008년 10월 2일 02시 58분


■동아시아 문학 포럼 3국 젊은 작가 대담

《지난달 29일 개막한 ‘제1회 한일중 동아시아 문학포럼’에는 유명 작가와 문학평론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 중 각국 젊은 작가군의 선두 주자로 손꼽히는 김연수(38), 쑤퉁(45), 히라노 게이이치로(33) 씨가 특히 주목받는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레스토랑에서 세 작가가 자리를 함께해 문학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했다.》

■ 한국 김연수

작가는 인간의 본질 고민

경제적 이익 따지지 않아

■ 中 쑤퉁

세계인 모두가 독자라는

낙관적인 큰 꿈을 지녀야

■ 日 히라노 게이이치로

세계에 대한 안목 가지고

작품 통해 세상 알려줘야

김연수=두 분은 한국에서도 팬 층이 두껍다. 먼저 각 나라의 문학 환경이 궁금하다. 한국은 그간 예술성 짙은 단편을 중시하다 최근엔 대중성 강한 장편소설로 선호가 바뀌는 추세다. 소설가들의 고민도 그런 변화의 길목에 서 있다.

쑤퉁=중국도 비슷하다. 개인적으론 단편의 응집력을 좋아하지만 독자의 취향이 바뀌었다. 세계적인 추세도 마찬가지다. 장편에 비해 단편은 해외로 번역되는 일이 별로 없다.

히라노 게이이치로=전통적으로 일본도 단편을 높이 샀다. 아쿠타가와상은 단편만 심사한다. 하지만 요즘 인기는 덜하다. 장·단편과 예술성은 상관없다. 문제는 소설가의 자세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글을 읽지 않는 시대’라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소설은 언제나 사회의 변화와 세계적인 안목을 염두에 둬야 한다.

쑤=‘변하지 않는 게 가장 변화가 많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작가는 소설의 영원성을 추구한다. 시대적 유혹도 많고 힘들지만 개의치 않아야 한다. 소설가는 낙관적일 필요가 있다. 세계인 모두가 독자라는 웅지를 가져야 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도 있는데, 어느 시대든 소설가는 부(富)와 거리가 멀었다.

김=‘글을 읽지 않는 시대’ ‘문학의 위기’ 같은 말은 10여 년 전 등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모두 웃음) 문화 콘텐츠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문학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 문학이란 이익 없는 사업에 던지는 맹목적인 투자와 같다. 작가는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지,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

히라노=소설가 본연의 임무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소설가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책을 읽고 싶게끔 만들 때 존재 의미를 가진다. 소설을 통해 세상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번 포럼을 계기로 삼국의 소설 교류가 늘길 기대한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현대소설이 별로 소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재일동포 문학은 일본에서도 상당히 관심이 높다.

김=한국의 경우엔 중국과 일본의 소설이 많이 소개된다. 반면 양국에서는 드라마와 영화 관련 한국 소설만 나가더라. 정통 소설도 적극 소개돼야 한다. 삼국은 비슷한 점이 많아 한국 소설도 양국 독자들의 공감대를 충분히 끌어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쑤=중국에도 양국 문학이 많이 소개될 것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해외 번역을 크게 염두에 두진 않는다. ‘유리병을 강에 띄우는’ 심정으로 건져 올려주면 고맙고, 아니면 흘러가는 거다.

김=조만간 세 나라를 넘나드는 내용의 장편소설을 쓸 계획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끌려갔다가 중국을 경유해 조선으로 돌아오는 이야기다. 세 나라가 마주한 ‘경계’는 소설가로서 언제나 관심사였다.

쑤=기대하겠다. 나도 시대상을 담은 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하하. 소설가란 국적에 상관없이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는 것 같다.

히라노=문학과 상관없이 세 나라의 전후세대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닮았지만 공감대가 약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문학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다. 함께 노력해 보자.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김연수=1970년 경북 김천 출생, 1993년 등단. 대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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