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교과서로 논술 잡기]언어영역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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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노동은 천한 것인가?

<교과서 학습활동 맛보기>

[문제] 정약용 ‘보리타작’에 나타난 ‘낙원’의 의미를 통해 시적화자의 자기반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를 밝히자.

→ 화자가 인식한 ‘낙원’은 마음이 몸의 노예가 되지 않는 삶의 주체로서의 농민(노동자)의 삶이 가능한 생활 현장으로서의 공간이다, 화자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벼슬길에서 헤매 온 삶은 주체적이지 않은, 마음이 몸의 노예로서 지탱해 온 삶이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 조세희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타난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 ①물질 만능주의의 만연=화폐에 의한 교환가치가 숭배의 대상이 되었으며, 이로 인해 본질적 가치들이 훼손되었다

②계층 재생산=봉건 시대의 노비 자손들이 현대사회의 빈곤층을 형성하고 있음을 통해 계층의 대물림을 보여 준다.

③인간의도구화=현대사회는 인간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단지 수단으로만 취급받는 사회이다.

④관계의 단절=인간관계는 철저히 계약을 통해 형성되며, 그 근본은 금전을 통한 대가의 지불이다.

<논술로 확장하기>

[가]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옹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삽시간에 보리낱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정약용, ‘보리타작’]

[나] 공장은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원하기만 했다. 탁한 공기와 소음 속에서 밤중까지 일을 했다. 물론 우리가 금방 죽어가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작업 환경의 악조건과 흘린 땀에 못 미치는 보수가 우리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래서 자랄 나이에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발육 부조 현상을 우리는 나타냈다.

회사 사람들과 우리의 이해는 늘 상반되었다. 사장은 종종 불황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와 그의 참모들은 우리에게 쓰는 여러 형태의 억압을 감추기 위해 불황이라는 말을 이용하고는 했다. 그렇지 않을 때는 일한 다음 자기와 공원들이 함께 누리게 될 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희망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를 주지 못했다. 우리는 그 희망 대신 간이 알맞은 무말랭이가 우리의 공장 식탁에 오르기를 더 원했다. 변화는 없었다. 나빠질 뿐이었다. 한 해에 두 번 있던 승급이 한 번으로 줄었다. 야간작업 수당도 많이 줄었다,

공원들도 줄였다. 일양은 많아지고, 작업 시간은 늘었다. 돈을 받는 날 우리 공원들은 더욱 말조심을 했다. 옆에 있는 동료도 믿기 어려웠다. 부당한 처사에 대해 말한 자는 아무도 모르게 밀려났다. 공장 규모는 반대로 커갔다. 활판 윤전기를 들여오고, 자동 접지 기계를 들여오고, 오프셋 윤전기를 들여왔다.

사장은 회사가 당면한 위기를 말했다. 적대 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지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것은 공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말이었다. 사장과 그의 참모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생각만 해도 무서운 일이었다. 큰 공장이 문을 닫으면 수많은 공원들은 갈 곳이 없었다. 작은 공장들이 채용할 인원은 한정이 되어 있다. 나는 돈도 못 벌고 놀게 될지도 모른다. 새로운 일터를 찾는다고 해도 낯선 곳이다. 작은 공장이라 작업장은 더 나쁘고 돈도 오르지 않은 채 받는 액수보다 훨씬 적을 수가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공원들 대부분이 어린 나이에 들어와 중요한 성장기의 삼사 년을 이 공장에서 보냈다. 익힌 기술을 빼놓으면 성장의 기반이랄 것이 없다. 우리 공원들은 우리가 아는 것만큼 밖에는 사물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도 땀으로 다진 기반을 잃고 싶어 하지 않았다. 회사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싫어했다. 공원들은 일만 했다. 대다수 공원들이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상태를 인정했다. 무엇 하나 일깨워줄 사람도 없었다.[조세희,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 소외를 객관적 상황으로 간주하는 입장은 우선 소외를 ‘인간의 육체적·정신적 활동에 의해 산출된 모든 것들이 인간에게 낯선 존재가 되어 도리어 인간을 지배하는 힘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이에 따르면 현대사회에서는 인간 노동의 산물인 문명 전체가 인간을 억압하는 기제가 된다. 가령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상품을 생산하면서 그 스스로 하나의 상품이 되고 자신이 만든 자동기계 장치의 부속품 신세가 되며 거대한 관료조직의 원자로 전락 한다 . 이런 입장에 따르면 개개인이 그렇게 느끼든 느끼지 않든 소외가 현대사회에 전면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하나의 객관적 상황인 이상, 소외의 극복은 더 이상 개인의 차원에서 해결될 수 없다.[‘소외의 본질’]

<실전문제>

제시문 [다]를 토대로 [나]에 나타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제시문 [가]에서 제시한 노동관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논술하시오.

<논제해설>

입신출세를 통해 개인적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 선비로서의 가치적 삶이라고 생각했던 조선시대에 ‘보리타작’이라는 작품 속에서 실학자 정약용은 그런 삶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몰 주체적인 삶인지를 통찰하고 있다. 즉 욕망의 실현으로서의 벼슬길은 결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리타작이라는 공동 작업으로서의 노동,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되는 노동, 노동이 다른 것을 위한 수단이 아닌 그것 자체로서의 목적이 될 때 노동이 갖고 있는 가치는 건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관을 통해 현대사회의 병폐인 노동자들의 비극적인 노동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해 보자는 데 이번 문제의 의의가 있다. 그러나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노동의 소외는 개인적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사회구조적 차원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노동은 이미 자본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현대사회에서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되는 건강한 노동의 회복은 개인적 노력으로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이다.

이은숙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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