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여러분들께 죄스러울 뿐”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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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캠프 및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종승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7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캠프 및 선대위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위해 단상으로 걸어가고 있다. 이종승 기자
한나라당 경선 이후 27일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바른 정치를 할 것”이란 일성(一聲)을 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한 중식당에서 열린 캠프 및 선대위 해단식에서 “여러분 그동안 별로 안녕하시지 않으셨을 것 같아 죄송하다”고 인사한 뒤 “저는 바른 정치를 할 것이고 여러분과 힘을 합쳐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여러분을 대신해 그 뜻을 꼭 이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스러울 뿐”이라며 “여러분께서 보내 주신 큰 사랑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합동연설회 때 ‘응원 막춤’으로 눈길을 끈 송영선 의원이 눈물범벅이 된 채 악수를 청하자, “이 눈물 콧물 좀 봐”라고 위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당초 예상됐던 ‘이명박 대선후보를 도와 정권 교체를 이루자’는 취지의 화합 메시지를 밝히지는 않았다.


촬영: 이종승 기자

1500여 명이 몰린 이날 해단식에서 캠프를 이끌었던 관계자들은 경선 결과를 비판하거나 이 후보 측을 비난하면서 ‘단일 대오’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안병훈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기고도 패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두고 분하고 원통해서 밤잠을 못 자면서 1주일을 보냈다”며 “역사에 죄를 지은 심정이다. 진전된 앞날을 위해 우리가 정성을 모아 함께 나가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청원 전 상임고문은 이재오 최고위원의 ‘박 전 대표 측은 반성해야 한다’는 발언을 두고 “건방지게 누구를 보고 반성하라고 하느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며 “(이 후보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졌다. 대의원과 당원들이 왜 등을 돌렸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서 전 고문은 “기고만장한 사람들은 최후의 승리자가 될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집권을 하겠느냐. (이 후보의) 승리는 인정하지만 (그의) 도덕성을 모두 안을 이유는 없다”며 “박 전 대표가 승리하는 날까지 여러분과 내가 하나가 돼서 다시 한 번 빚을 갚자. 계속 똘똘 뭉쳐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사덕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이 시간부터 우리는 강철 같은 의지의 상징으로서, 빛나는 희망으로서 박근혜라는 이름을 모두의 가슴에 간직하자”고 말했다.

이날 해단식은 오히려 경선 직전의 유세전을 방불케 했다. 지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연호했고, 음식점 주변은 행사 참석 차량으로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박 전 대표는 식사를 먼저 마치고 행사장 입구에 서서 돌아가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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