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총경은 김 회장 사건과 관련해 5월 경찰청 인터넷 게시판에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경찰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됐다. 시민감사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지만 이 청장의 뜻이 위원회 권고로 포장됐을 뿐이다. 황 총경의 쓴소리는 항명과는 성격이 다른,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의견이었다. 이 청장은 물의를 빚은 자신의 처신부터 자성해야 한다는 시각이 경찰 안팎에 적지 않다.
황 총경은 “경찰 수뇌부가 석 달 전 경찰청장 사퇴론을 ‘조직 발전을 위한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해 놓고 이제 와서 중징계 운운하고 있다. 15만 경찰조직의 수장이 감정적으로 보복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청장은 지난달 13일 김 회장 사건에 관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내부 비판문화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 놓고 황 총경을 징계하겠다니, 내부 비판 대상에서 경찰청장은 예외란 말인가.
이 청장은 한화 사건 당시 국회에서 고교 동문인 유시왕 한화 고문을 “김 회장 사건 발생 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김 회장 사건 발생 직후 유 고문과 전화 통화도 하고 골프까지 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 관련자와 골프를 친 데다 거짓말까지 한 것은 부끄러운 처신이다. 경찰 내부의 신뢰를 잃은 경찰청장이 경찰 조직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 임명권자가 판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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