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을 부끄럽게 하는 이택순 청장의 처신

  • 입력 2007년 8월 2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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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순 경찰청장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비판한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황운하 총경에 대해 징계를 요구해 경찰 안팎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전·현직 하위직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은 기자회견에서 “이 청장의 잘못을 용기 있게 지적한 황 총경을 보복 징계하는 것은 구시대 유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관 인터넷 커뮤니티인 ‘폴네티앙’은 29일을 ‘황운하 데이’로 정하고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 모임을 연다. 경찰대 총동문회도 정기모임을 황 총경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29일로 앞당겨 동문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황 총경은 김 회장 사건과 관련해 5월 경찰청 인터넷 게시판에 “경찰청장은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경찰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켜 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징계 대상이 됐다. 시민감사위원회가 징계를 권고했다지만 이 청장의 뜻이 위원회 권고로 포장됐을 뿐이다. 황 총경의 쓴소리는 항명과는 성격이 다른,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한 의견이었다. 이 청장은 물의를 빚은 자신의 처신부터 자성해야 한다는 시각이 경찰 안팎에 적지 않다.

황 총경은 “경찰 수뇌부가 석 달 전 경찰청장 사퇴론을 ‘조직 발전을 위한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해 놓고 이제 와서 중징계 운운하고 있다. 15만 경찰조직의 수장이 감정적으로 보복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청장은 지난달 13일 김 회장 사건에 관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내부 비판문화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해 놓고 황 총경을 징계하겠다니, 내부 비판 대상에서 경찰청장은 예외란 말인가.

이 청장은 한화 사건 당시 국회에서 고교 동문인 유시왕 한화 고문을 “김 회장 사건 발생 후 만나거나 통화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김 회장 사건 발생 직후 유 고문과 전화 통화도 하고 골프까지 친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 관련자와 골프를 친 데다 거짓말까지 한 것은 부끄러운 처신이다. 경찰 내부의 신뢰를 잃은 경찰청장이 경찰 조직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 임명권자가 판단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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