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朴과 회동은 진정성이 중요… 더 기다려야”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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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선거대책위를 구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가운데 그가 단행할 인사 등 당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첫 출근할 때의 이 후보.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선거대책위를 구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가운데 그가 단행할 인사 등 당 개편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첫 출근할 때의 이 후보. 동아일보 자료 사진
26일 밤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택 앞에서 만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의 얼굴은 피곤하지만 밝아 보였다.

이날 오후 3시간 동안 전직 테니스 선수 등과 함께 서울 강북의 한 테니스장에서 시간당 2만5000원의 대여료를 내고 게임을 즐겼다는 그는 “덥긴 했지만 1년 반 만에 운동을 하니 좋다”며 보디빌더처럼 양팔의 알통을 보여 줬다. ‘몸을 움직이든 무언가를 해야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 같다’는 몇몇 측근의 말이 떠올랐다.

이 후보는 기분이 좋았던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 계획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특유의 높은 톤으로 거침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후보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등은 언제 인선하나.

“27일 원내대표 선거가 있는 만큼 이날 발표하면 새 원내대표가 주목을 못 받는다. 천천히 생각하겠다.”

―후보 비서실장은 국회의원을 선임하나.

“난 참모들에게 원외에서 데려오자고 제안했는데 주변 의원들이 ‘선거를 앞두고는 원내에서 써야 한다’고 하더라. 이런 것을 다 고려해서 생각 중이다. 의원들이 밀고, 따르는 사람이면 된다.”

―선대위 구성은 언제, 어떻게 할 계획인가.

“아직 두 달가량 남았는데 뭐 그리 급하냐. (목소리를 높이며) 중요한 것은 선대위 구성 방식과 철학이다. 2002년과 2007년이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각자 지역구에서 열심히 하면 그게 선거운동이지, 왜 후보 주변에서 북적거리는지 모르겠다.”

이 후보는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으나, 우세한 조직력을 갖고도 이번 경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박 전 대표에게 패배한 점을 깊이 새기는 듯했다.

―박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은 얼마나 선대위에 참여시킬 것인가.

“아직 우리 캠프 사람들도 얼마나 참여시킬지 생각 안 했다.”

―박 전 대표는 언제 만나나.

“늦을수록 좋다. 한번 생각해 봐라. 진 사람 심정을 이해해야지. 감정을 갖고 싸웠는데 더 기다려야 하지 않느냐. 나로서는 빨리 만나는 게 좋지만,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

―거취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지리산 종주를 마치고 오늘 돌아왔다.

“그랬나? 나는 이 최고위원이 산에 간지도 몰랐다. 그 사람은 매주 산에 가는 사람 아니냐. 경선 중에도 산에 가더라.”

―이 후보의 신임 표명 이후에도 계속 그의 2선 후퇴론이 나오고 있다.

“(웃으면서) 그 사람이 뭐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꾸 2선 후퇴 운운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무슨 혁명군도 아니고, 정권교체를 위해 다 함께 열심히 뛰면 되는 거지. 이럴 때일수록 서로 말을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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