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적 상상력… 生死의 도발적 성찰… 英데미안 허스트展

  • 입력 2007년 8월 2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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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의 장기를 드러내거나 동물의 몸을 토막 내 전시하고, 포름알데히드가 들어 있는 수조에 상어와 물고기를 넣거나 살아 있는 나비를 캔버스에 붙이고, 알약과 약병을 진열해 약방의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고, 사람의 두개골을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작품(제작비 약 918억 원)을 만들기도 하고….

대담하고 파격적인 상상력을 통해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는 현대 미술의 이단아,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42·사진).

그 파격에 힘입어 세계에서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생존 작가이자 잘나가는 미술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6월 런던 소더비경매에서는 알약 6136개를 진열한 ‘약방’ 작품이 약 179억 원에 낙찰돼 생존 작가의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24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미앤투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데미안 허스트 작품전’.

이번 전시엔 1990년대 후반부터 2006년까지 제작된 허스트의 작품 19점이 선보인다. 약방 진열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약방’ 시리즈, 약에 중독된 환각 상태를 다양한 색깔의 점으로 옮겨 놓은 ‘약국 벽화’ 시리즈, 나비를 캔버스에 붙인 ‘나비’ 시리즈,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포름알데히드가 든 작은 수조에 넣은 작품 등이다. 서미앤투스 소장품 및 외국의 컬렉터와 경매회사로부터 대여해 온 것들이다.

국내에선 서울 삼성미술관 리움과 충남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의 상설전, 그리고 이런저런 단체전을 통해 그의 작품을 단편적으로 감상할 기회가 있었다. 허스트의 작품은 작가가 혼자 만드는 것은 아니다. ‘약방’ 시리즈는 그가 알약 배치 도면과 여기에 해당하는 알약을 전시 주최자에게 전해 주면 주최 측에서 그 도면에 맞게 배치하고 조립한다.

그리고 점을 그려 넣는 ‘약국 벽화’의 경우 허스트는 점 다섯 개만 그려 넣고 나머지는 조수들이 그린다. 허스트가 직접 그려 넣은 점이 어떤 것인지는 작가와 조수만 알 뿐이다.

작품 제작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의 작품은 삶과 죽음과 연관되어 있다. 약과 약방을 미술의 소재로 끌어들인 것이나 동물의 몸을 토막 내 보여 주고 물고기를 수조에 가두고 나비를 캔버스에 붙여 놓는 것이 모두 그렇다.

이것은 삶과 죽음에 대한 정면 대결이다. 정면 대결이기에 표현 방식이 매우 직설적이다. 그래서 끔찍해 보이지만 그로 인해 관람객들이 오히려 삶과 죽음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이끈다.

허스트의 충격적인 작품은 결국 진지한 성찰의 결과인 셈이다. 상업주의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가 세계 미술계를 사로잡고 있는 이유이다. 그건 곧 허스트의 미학이기도 하다. 02-511-7305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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