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잃은 신랑’미국이 울었다

  • 입력 2007년 8월 2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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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이라크에서 부상한 해병대원의 결혼식 사진이 미국인들의 가슴을 저리게 하고 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르네 클라인(21) 씨는 웃지도 않고 무표정한 모습이다. 해병대 제복에 ‘퍼플하트’(Purple Heart·명예상이훈장)를 달고 옆에 선 신랑 타이 지걸(24) 씨의 모습은 보통 사람과는 다르다.

미 예비역 해병대 병장인 지걸 씨의 얼굴에선 어떤 표정도 읽어내기 어렵다. 창백할 정도로 하얀 얼굴에는 머리카락은 물론이고 심지어 코와 귀조차 찾아낼 수 없다. 스타워즈의 주인공 루크 스카이워커가 아버지 다스베이더의 검은 가면을 벗겨낸 직후의 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그의 얼굴은 심하게 훼손됐다.

이 사진은 뉴욕 젠 베크먼 갤러리에서 이라크전 부상 군인을 주제로 8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 사진전에 전시돼 있다.

뉴욕타임스는 22일 이 사진이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며 사진 주인공들의 사연을 22일 전했다.

지걸 씨는 2년 전 이라크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당했을 때 불붙은 트럭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트럭을 감싼 화염 때문에 그의 뼈와 살은 녹아 내렸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그는 그 후 텍사스 주 군병원에서 부서진 두개골을 플라스틱으로 막는 등 19차례의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일리노이 주에서 클라인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 사진전에는 10여 점의 이라크 부상병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척수를 다친 루이스 캘더론(22) 씨, 수류탄 공격으로 손 하나를 잃은 로버트 애코스터(20) 씨, 포격에 왼쪽 뇌를 다치고 실명한 제레비 펠드버시 씨 등.

이들 사진을 찍은 니나 베르만 씨는 “굳이 반전(反戰)의 뜻을 나타내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진들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전쟁의 참혹함 그 자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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