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이라크 개입으로 방향 선회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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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왼쪽)이 21일 사흘간의 이라크 방문을 마친 뒤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호시아르 제바리 이라크 외교장관과 헤어지면서 손가락을 들며 긴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바그다드=EPA 연합뉴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왼쪽)이 21일 사흘간의 이라크 방문을 마친 뒤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호시아르 제바리 이라크 외교장관과 헤어지면서 손가락을 들며 긴밀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바그다드=EPA 연합뉴스
쿠슈네르 외교 “도울 일 많을 것”… 일부선 “카노사 굴욕” 비판

프랑스가 이라크 사태에 개입한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시절부터 견지해 온 이라크 불개입 정책에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장관은 19∼21일 이라크를 방문해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지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그의 방문은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프랑스인으로서는 최고위급이다.

쿠슈네르 장관은 방문을 마친 후 “전 세계는 미국이 홀로 이라크를 궁지에서 구해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이라크가 유엔 차원의 개입을 원하는 만큼 프랑스가 이라크를 도울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의 쿠슈네르 장관은 좌파에 속하지만 프랑스의 이라크 개입을 주장해 온 몇 안 되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미국은 쿠슈네르 장관의 이라크 방문을 환영했다. 미국은 이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약속한 ‘더 많은 협력’을 위한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프랑스 내에서는 반발이 크다. 장피에르 슈벤망 전 총리(사회당)는 쿠슈네르 장관의 바그다드 방문을 ‘카노사의 굴욕’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카노사의 굴욕은 1077년 신성로마제국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교황 그레고리 7세에게 사면을 청하기 위해 카노사에 간 것을 말한다. 프랑스가 마치 미국에 그동안의 이라크 불개입 정책을 반성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 정치권의 이라크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폭발 직전 상태다.

칼 레빈(민주당) 미 상원 군사위원장은 20일 이라크 방문을 마친 뒤 누리 알말리키 총리의 사임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성명서를 통해 “총리가 석유 배분, 사담 후세인 추종자의 정부 내 하급직 진출에 대한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종파 간 다툼을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하지 못한다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는 이라크 의회가 여름 휴회를 2개월로 정하자 “이라크 치안 유지를 위해 미군 병사가 오늘도 죽어가고 있는데, 이라크 정치권이 무능과 부패에 빠져 있다”며 분노를 표시한 바 있다. 이라크 의회는 이런 기류를 감안해 휴회 기간을 1개월로 줄였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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