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취재제한, 李청장의 과잉충성?

  • 입력 2007년 8월 20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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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송고실 폐지 등 靑구상보다 강경

“눈엣가시 언론 묶어 임기 보장” 의혹

모든 사무실의 출입을 금지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경찰의 취재제한 조치가 당초 청와대의 구상과는 크게 달라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조치가 발표된 뒤 ‘언론자유 침해’ 논란이 한창이던 6월 13일, 윤승용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서울지방경찰청 기자실을 방문해 “현재 경찰을 출입하고 있는 17개 언론사 외에 다양한 언론사의 출입을 전제로 서울경찰청을 포함한 서울 시내 8개 경찰서 기사송고실의 존치를 건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 “경찰서 기자실이 (기사를) 담합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설령 기자실이 없어진다고 해도 경찰서 형사계 등에 기자들이 출입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경찰이 취재를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은 같은 달 18일 서울경찰청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에서도 “앞으로 어떤 언론사의 출입을 허용할지 등 세부적 운영방안에 대해 출입 기자들과 계속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4일 경찰의 발표는 서울경찰청의 기사송고실을 폐지하고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의 사무실 출입을 원천 봉쇄하는 등 윤 수석의 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조치를 놓고 경찰 안팎에서는 이택순(사진) 경찰청장이 남은 임기를 보장받기 위해 청와대에 ‘과잉 충성’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청장의 임기는 내년 2월 9일로 임기를 모두 채울 경우 2003년 3월 경찰청장의 임기제가 도입된 이후 임기를 마치는 첫 번째 청장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 청장을 비롯한 일부 경찰 간부가 청와대의 취재 제한 방침을 빌미로 평소 ‘눈엣가시’로 여기던 언론의 손발을 묶으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 이 청장은 올 3월 열린 ‘경찰 청렴도 향상 워크숍’에서 “지난해 경찰관 구속자 수가 늘어난 데는 직원들의 실수를 언론이 대서특필했기 때문”이라며 부정적 언론관을 내비쳤다.

이 청장은 또 김승연 한화그룹 보복폭행 수사 때는 한화그룹 고문과의 골프 회동 등에 대해 거짓말을 하다 언론 취재로 거짓말이 밝혀지며 곤욕을 치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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