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재설정 문제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의 의제로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면서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NLL 재설정 문제는 2002년 서해교전 등 인명 피해까지 불러왔던 첨예한 사안이기 때문에 정상회담 ‘의제화’ 여부는 남북 당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 의제에 포함될까=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에서 “NLL 조정도 함께 검토해 (남북이) 공생하면서 슬기롭게 풀지를 집중 연구해 대통령께 건의해 달라”는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의 제의에 대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NLL의 성격에 대해 “영토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NLL이 영토 개념이 아닌 만큼 논의가 가능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NLL은 단순한 안보 개념이 아니라 영토 개념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 왔다”며 “NLL이 정상회담 의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합의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화영 의원이 공공연하게 NLL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북측이 NLL 재설정을 고집할 경우 남측이 범여권 일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한강-임진강 공동 개발 등을 경협 프로젝트에 포함시켜 제안하더라도 군사적 안전 보장 문제로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끊임없는 북한의 NLL 무력화 시도=북한은 NLL의 실효성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하는 등 다각적으로 NLL 재설정을 요구해 왔다.
1999년 6월 15일 북한은 NLL을 침범해 6·25전쟁 이후 첫 남북 해군 간 정규전인 연평해전을 일으켰고, 2002년 6월 29일 또다시 NLL을 침범해 서해교전이 발생했다. 같은 해 8월에는 이른바 ‘백서’를 통해 NLL을 비법적인 선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방부는 그동안 NLL은 50여 년 동안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를 해 온 데다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했기 때문에 남북 간의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태도를 분명히 밝혀 왔다.
NLL 문제에 대한 정부 견해는 ‘1992년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 기조 위에서’라는 것 외에는 확인된 것이 없다. 남북 기본합의서 제11조에는 “남과 북의 불가침 경계선과 구역은 1953년 7월 27일자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규정된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해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도 북측은 지난달 열린 제6차 장성급 회담에서 NLL 재설정 주장이 수용되지 않자 “더는 (장성급) 회담을 할 필요가 없다”며 회담을 결렬시키는 등 줄곧 NLL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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