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전문가 릴레이인터뷰<3>장롄구이 中공산당 중앙당교 교수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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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가장 큰 관심은 비핵화 아닌 南 경제원조”

핵문제 아예 의제서 배제할 가능성 커

美, 회담이 핵보유 인정 계기될까 우려

한국 대선에 근본적인 영향 못미칠것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관심사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남한에서 얻어낼 경제 원조입니다. 대북 문제에서 업적을 남기려는 노무현 대통령과 남한 대선을 이용해 가능한 한 많은 경제적 이득을 챙겨 보겠다는 계산입니다.”

장롄구이(張璉괴·64·사진)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교수는 12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남측의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에는 큰 진전을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회담에 응한 이유는….

“첫째는 남쪽에서 더 많은 경제 원조를 얻어내기 위해서다. 북한으로서는 식량과 전력뿐 아니라 한국의 발달된 제조업 기술이 절실하다. 둘째로 한국의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다. 북한에 우호적인 여당의 차기 집권을 도우려는 것이다. 셋째로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곤경에 처한 노 대통령을 십분 활용하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한을 이용해 북한의 핵 포기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정상회담에 집착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치적을 쌓은 대통령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2차 정상회담을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시작한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햇볕정책의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이 입증된다면 차기 정부는 누가 맡더라도 ‘햇볕정책’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경제협력 문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다. 북한은 개성공단 문제와 전력 원조 문제를 들고 나올 것이다. 나아가 북한은 서해상의 북방한계선(NLL) 문제도 의제에 포함시키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북한 핵 문제를 거론하고 싶겠지만 북한은 아예 이를 토론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북핵 문제를 푸는 데 회담이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인가.

“북한은 핵 문제가 미국과의 문제이며 남한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설령 토론 의제로 오르더라도 별다른 진전은 없을 것이다.”

―미국이 남북 정상회담에 탐탁지 않아 하는 속내라는 관측이 있는데….

“북한의 핵실험 이후 원래 좋은 일도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예를 들면 남북관계 개선은 원래 좋은 것이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엔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계속 보유해도 된다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이 실행되는 것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은 이를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이 한국 대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으로 보나.

“대선에 분명히 영향은 미칠 듯하다. 그러나 대선 판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실현시켰다고 해서 일반 국민의 각 당에 대한 견해가 쉽게 바뀌지는 않는다고 본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성사되지 않았는데….

“양측이 평등한 관계라면 이번 회담은 당연히 서울에서 열려야 한다. 노 대통령도 분명 김 위원장의 답방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거절하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국내 정치적 필요 때문에 이런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본다.”

‘―이번 회담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 것으로 보나.

“남북 공동선언이 나올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한 원칙적인 내용이 담길 것이다. 예를 들면 남북 간 긴장의 완화와 양측 간의 경제협력 강화, 향후 국제무대에서 남북의 공조 등이 거론될 것이다. 핵 문제는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간 정상회담이 앞으로 정례화될 것으로 보나.

“정례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장롄구이

1943년 베이징(北京)에서 출생해 1968년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뒤 지린(吉林) 성 사회과학원에서 20년 가까이 한반도 문제를 연구했다. 1988년 중국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최고학부인 ‘중앙당교’로 자리를 옮겼다. 저서와 논문으로 ‘1945년 이전 국제정치 과정 중 북한과 중국’(1966년), ‘현대 재벌총수 정주영’(1989년), ‘한반도 남북관계 50년’(2001년)이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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