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같으면 금융 충격은 이들 모기지 회사에 대출한 은행이나 투자자 선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가도 잘 모르는 수많은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누가 얼마나 물렸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1997년 이머징마켓(신흥시장)발(發) 금융위기로 세계가 충격을 받은 지 10년 만에 ‘미국 독감(毒感)’이 세계로 번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까지 천하의 월가(街) 사람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치명적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 투자가 선호되고 세계 유동자금은 이머징마켓에서의 탈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작은 변화가 돌고 돌아 남미나 아시아 증시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세계 신용경색으로 미국이나 유럽 증시가 평균 2% 하락할 때 아시아 증시는 3% 이상 하락했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의 한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문제라면 중국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달리 적절한 심사 없이 마구잡이로 대출해 거품이 터지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 겹치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눌러놓아 대출 부실화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투자도 8억 달러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 독감’이 기승을 부릴 동안에는 조심 또 조심이 상책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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