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권희]서브프라임 모기지 毒感

  • 입력 2007년 8월 1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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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subprime)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다. 금액은 전체 모기지 시장의 12%에 불과하지만 집값 하락에 금리 상승이 겹쳐 문제가 터졌다. 연체율이 2004년 11%에서 작년 말 14%, 최근 20%로 높아지자 복잡한 거래로 얽혀 있는 세계 금융시장이 줄줄이 충격파를 맞았다.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는 관련 헤지펀드 2개를 청산했고 프랑스 최대 상업은행인 BNP파리바는 3개 펀드의 환매를 중단했다.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긴급 수혈에 나섰지만 한국을 포함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과거 같으면 금융 충격은 이들 모기지 회사에 대출한 은행이나 투자자 선에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전문가도 잘 모르는 수많은 파생금융상품 때문에 누가 얼마나 물렸는지 파악조차 하기 어렵다. 1997년 이머징마켓(신흥시장)발(發) 금융위기로 세계가 충격을 받은 지 10년 만에 ‘미국 독감(毒感)’이 세계로 번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얼마 전까지 천하의 월가(街) 사람들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확산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금융시장에선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치명적이다. 이렇게 되면 안전 투자가 선호되고 세계 유동자금은 이머징마켓에서의 탈출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작은 변화가 돌고 돌아 남미나 아시아 증시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다. 세계 신용경색으로 미국이나 유럽 증시가 평균 2% 하락할 때 아시아 증시는 3% 이상 하락했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의 한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문제라면 중국이 더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미국과 달리 적절한 심사 없이 마구잡이로 대출해 거품이 터지면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 겹치기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눌러놓아 대출 부실화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국내 금융기관의 서브프라임 투자도 8억 달러 정도로 그리 많지 않다. 그렇지만 ‘미국 독감’이 기승을 부릴 동안에는 조심 또 조심이 상책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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