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을지연습 北風 휩쓸리나…北 “강력 대응” 성명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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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문제제기 가능성 배제못해”

28∼30일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 일정(20∼31일)이 겹치면서 훈련의 축소나 연기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북한은 10일 UFL 연습을 강력 비난했고 정치권 일각에서도 연기 주장이 제기되는 등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오전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북-미 간 대령급 접촉에서 “UFL 연습은 대규모 침략전쟁 준비인 만큼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의 조선인민군 판문점대표부 성명을 미군 측에 전달했다.

범여권 대선주자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우리가 그 훈련을 하는 것에 거의 경기를 일으키는 수준이다. 정상회담 기간 중 UFL 연습은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훈련 연기론’을 주장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기 전에 한미가 합의해 정한 UFL 연습을 북한을 의식해 연기하거나 축소할 경우 한미동맹의 신뢰 저하 등 적잖은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또 UFL 연습은 통상적인 한미 연례 훈련으로 지난달 말 북측에 일정을 통보한 데다 실제 병력과 장비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이뤄지는 만큼 별 문제가 없다는 게 군 당국과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현재로선 훈련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정부 내부에서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봉고 가봉 대통령과의 오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 훈련(UFL 연습)은 이미 계획된 것으로 예정대로 한다. 별 문제가 안 될 것이고 그런 것이 남북관계에 문제가 안 되는 시대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형기 국방부 홍보관리관도 브리핑에서 “UFL 연습 일정은 정상회담 전에 결정된 사항으로 현재까지 연기나 축소는 검토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른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이 괜한 고집을 부리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통일부는 훈련의 연기나 축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여지를 남겼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변경을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앞으로 그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아마 (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의제를 논의하면서 북측이 제의해 온다면 그때 적절한 대책을 논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이 회담 준비과정에서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UFL 연습을 트집 잡아 남한 내 반미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북한은 정상회담을 전후해 UFL 연습 문제를 부각시켜 체제 선전과 ‘민족=반미’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0년 6월 1차 남북 정상회담 때는 일정이 겹치지 않아 UFL 연습은 계획대로 진행됐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을지포커스렌즈(UFL) 연습:

한반도 유사시 한미 연합군의 작전 협조 절차를 숙지하기 위해 한미연합사령부 주관으로 실시하는 연례 훈련. 병력과 장비의 투입을 최소화하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일종의 전쟁연습(war game)이다. 1975년 시작해 올해 33회째. 2012년 전시작전통제권의 전환에 대비해 내년부터 한국군 주도로 치러지며 명칭도 ‘을지프리덤 가디언(UFG)’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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