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2>오코노기 日게이오대 교수

  • 입력 2007년 8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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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회담서 核불능화 선물 줄 수도”

일본의 한반도 전문가인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10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9월’과 ‘12월’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2월’은 물론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치적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김 위원장도 야당보다 여당이 당선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남북 지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서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코노기 교수는 “좀 더 큰 틀에서는 ‘9월’이라는 키워드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슨 뜻인가.

“한국은 줄곧 정상회담을 요청했고 시기는 김 위원장이 선택했다. 북한이 9월 초 6자회담 전체회의를 앞둔 시점을 선택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즉, 북한이 6자회담의 핵심 의제가 될 핵 불능화에서 양보할 결심을 굳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 남북이 6자회담 전에 ‘우리 민족끼리’ ‘흐름’을 만들자는 데 의견이 일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비핵화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과시할 수 있고 북한은 한국의 공(功)을 치켜세우며 경제 원조 등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다는 속셈일 것이다.”

―유화 분위기가 가속할 것이란 뜻인가.

“흐름은 이미 북-미 간에 만들어져 있다. 남북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 흐름을 읽고 있다. 노무현 정권은 여기 편승해 공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를 고려한 측면이 크다고 본다.”

―정상회담의 의제는….

“앞으로 논의되겠지만 경제 원조 등을 중심으로 하되 비핵화나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도 거론되지 않을까 싶다. 또 북한은 항상 남북 정상회담을 통일 문제와 연계해 왔다. 이번에도 한국으로부터 어떤 형태로든 언질을 받으려 할 것이다. 남북 교류 협력을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문제나 남북연합, 연방제 등이 논의될 수도 있다. 다만 임기 반년을 남긴 노 대통령이 이런 논의에서 너무 들어가면 안 될 텐데, 그의 성격상 무슨 언질을 줄지 걱정된다. 그로서는 ‘다음 대통령과 상의해 달라’고 하는 게 도리다.”

―노 대통령이 돌출 발언을 해 버린다면 국내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노 대통령이 정말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면 이번 정상회담을 대선과 분리시켜 초당파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야당 지도자들에게도 충분한 사전 협의의 기회를 줘야 한다. 노 대통령은 ‘사(私)를 버린 자세’가 필요하고 야당도 북한과 영영 등 돌릴 사이가 아닌 바에야 집권 후에 대비해 움직여야 한다.”

―북한이 궁극적으로는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북한에 핵은 곧바로 체제 문제다. 혹 평화 체제가 갖춰지고 북-미, 북-일 국교 정상화가 이뤄지고 후계 체제까지 안정된다면 모를까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불능화 정도가 한계다.”

―불능화를 받아들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북한은 이미 플루토늄 50kg을 확보했다. 핵무기 7개를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양이다. 더 가져봤자 별 도움도 안 된다. 오히려 중단함으로써 많은 반대급부를 획득하고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역할은 어떻게 되나. 한국의 정상회담 통보 시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방북 때도,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방북 때도 마찬가지였다. 부시 행정부로서는 이미 정책 전환을 한 상태다. 한국이 이에 편승한 데 대해 불쾌해할 수도 있지만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본의 전반적인 반응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국민의 반응은 상당히 차갑다. 특히 ‘선거용’이란 점에서 냉소적이다.

“선거에 영향을 주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 국민 반응은 ‘얼마나 뭘 퍼 줬느냐’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무엇보다 노 대통령이 북한에 던지는 언질의 내용에 따라 국민의 반응이 엇갈릴 것으로 본다.”

―일본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있을까.

“참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으로서는 대북 정책의 급격한 기조 변화는 불가능하다. 일본인 납치 문제에 집착하는 아베 정권이 유지되는 한 한일 양국 간 대북 정책의 괴리는 한층 커질 것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오코노기 마사오:

1945년생. 일본 게이오대 법대 학장. 1972년 게이오대 박사 과정 중 2년간 서울에서 유학한 뒤 당시 일본 학계에서는 불모지였던 한반도학을 개척했다. 일본 각 대학에 제자 수십 명이 포진해 있다. 2002년 평양을 전격 방문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자문역을 맡기도 했다. 한일역사공동위원회 위원장, 한일공동연구포럼 일본 측 좌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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